지난해 박카스배 천원전과 배달왕기전을 잇따라 획득한 이세돌 3단에 대해 한 프로기사가 한 말이다. 기전을 2개나 차지한 기사보고 운이 좋다고 한 건 과연 타당한 말일까?
그 프로기사의 설명은 이렇다. 최명훈 7단은 지난해 루이나이웨이 9단을 꺾고 LG정유배를 차지하기 이전까지 6차례 정상 정복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대국 상대는 모두 이창호 9단. LG정유배처럼 상대가 이창호가 아닌 다른 기사였다면 최 7단도 일찌감치 타이틀 보유자가 됐을 것이란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창호 9단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결승전을 치뤄 타이틀을 2개나 따낸 이 3단은 운이 좋다는 것.
이 3단의 실력을 ‘세계바둑의 지존’ 이창호 9단에게 점검받을 기회가 26일부터 시작된다. 두 기사는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서 2억 5000만원의 우승 상금을 놓고 5번기를 펼치게 된다.
둘간의 전적은 이 9단이 2승 1패로 앞서있다. 지난해만 비교하면 1승 1패.
두 사람의 소감은 신중하고 짤막하다. 이 9단은 “좋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했고 이 3단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배운다는 자세로 두겠다”고 했다. 물론 전문기사들의 예상은 6대 4정도로 이 9단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한 프로기사는 “이창호 9단도 80년대말 당시 최강이었던 조훈현 9단과 처음 도전기를 치를 때는 연전 연패했다. 그러다가 2, 3년 후 연전 연승을 거뒀다. 이번 LG배에서 이 3단이 이 9단에게 2판을 이길 수 있다면 대성공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9단으로서는 지난해 상금랭킹 3위로 떨어져 세계 1인자의 칭호에 먹칠한 것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최근 우승한 잉창치배(5억원)와 함께 이번 대회까지 우승하면 상금랭킹은 부동의 1위가 되고, 상금 10억원이라는 기록 달성도 가능하다.
이 3단으로서도 이번 대국이 국내를 넘어 세계정상임을 확인해주는 시험무대가 된다. 이 9단과 이 3단의 대결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 바둑계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대국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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