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인간복제 기술적으로도 위험" 동물복제 권위자 경고

  • 입력 2001년 2월 21일 18시 58분


최근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우려됐던 인간 복제를 잇달아 시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복제권위자인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사진)가 자신의 동물 복제 실험 결과 나타난 기형, 유산 등의 부작용을 공개하고 불완전한 동물 복제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므로 금지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21일 서울대 수의대 황우석 교수는 동아사이언스와 인터뷰에서 “인간의 복제는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고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도 우려할만한 일이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현 단계에서 인간을 복제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난치병으로 죽어 가는 자식을 둔 부모, 불임부부, 종교 단체 등으로부터 사람을 복제해달라는 수십 건의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지난 99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고, 인간의 귀 세포로 복제 배아를 만드는 실험에도 성공한 국제적인 복제 권위자이다.

황 교수는 “5년 전 돌리의 탄생 이후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은 소, 돼지, 호랑이 등을 대상으로 동물 복제를 계속 시도했지만, 대리모의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된 복제 배아들 가운데 출산 뒤까지 정상적으로 자란 동물은 25%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유산, 기형, 급사증후군, 거대체중증후군으로 죽었다”고 공개했다.

황 교수는 “이렇게 높은 복제 실패율은 전세계 어느 연구팀에서나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이처럼 불완전한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할 경우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기형 인간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 교수의 동물 복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소의 경우 자궁에 성공적으로 착상된 150여 마리의 복제 태아 가운데 33%가 유산됐다. 설사 출산은 했다하더라도 급성 설사 등으로 태어난 지 한 달도 못돼 죽은 이른바 ‘급사 증후군’도 22%에 달했다.

또한 태어난 복제동물 가운데 12%는 다리 간 심장 폐 생식기 등이 기형이었다. 그리고 8%는 체중이 정상 체중의 2배 이상인 거대 체중증후군으로 인해 출산 과정에서 죽거나 얼마 살지 못했다.

황 교수는 “기형, 급사, 유산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만 있지 아직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상태”라며 “다만 이미 분화한 체세포의 핵이 수핵난자와 융합해 다시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게 ‘리프로그래밍’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따라서 복제는 우량 가축을 대량으로 농가에 보급하거나, 거부반응이 없는 이식용 장기를 동물에게서 생산해 내기 위한 목적, 치료용 세포나 조직을 생산하기 위한 인간 배아 줄기세포의 복제까지만 허용돼야 하며 인간 그 자체의 복제는 법률로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제 기술은 동물실험을 통해 계속 발전되고 있어 앞으로 5∼7년 뒤에는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그 때에 가서도 사람에게 허용하느냐 여부는 과학자나 개인보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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