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대개 ‘음지’에서 궂은 일을 하는 선수에 애정을 갖기 마련. 반면 농구팬, 특히 오빠부대는 화려한 3점슛이나 속공 등 공격에 앞장서는 ‘양지’의 스타들에게 환호한다.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28·신세기 빅스)은 어떨까. 시즌 평균 15점을 웃도는 득점력과 곱상한 외모로 홈과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1000명 정도의 소녀팬을 동원하고 있어 ‘전국구 스타’로 통한다.
하지만 확실한 득점 기회에서도 손쉬운 레이업슛 대신 엉뚱하게도 3점슛을 날리는 등 무리한 공격을 하고 수비를 소홀히 해 코칭스태프의 눈총을 사기 일쑤였다.
그런 우지원이 ‘마당쇠’로 변신해 신세기가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는 데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평소 잘 가담하지 않던 리바운드와 수비를 하느라 몸을 아끼지 않는다. 얌전한 플레이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이 책임진 공격수에게는 단 1점도 내주지 않겠다는 듯 악착같이 달라붙는다.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활약이 많아졌다는 게 신세기 유재학 감독의 얘기. 감독의 눈 밖에 나는 경기 내용으로 수시로 벤치를 들락거린 우지원이 요즘은 붙박이로 뛰고 있을 정도.
우지원은 “개인 욕심을 버리고 팀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며 “팀이 잘 나가야 나도 빛을 보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우지원이 평균 1.7리바운드에 그친 2라운드에서 신세기는 4승5패로 5할 승률을 밑돌았으나 3.4리바운드와 3.7리바운드를 올린 3, 4라운드에서는 나란히 5승4패를 기록했다. 그가 포스트에서 펄펄 난 덕분에 팀 성적도 올라간 셈. 특히 최근 홍사붕과 캔드릭 브룩스가 부상으로 고전해 우지원의 존재는 더욱 돋보인다.
유재학 감독은 “우리 팀이 포스트 시즌 진출을 굳힐 수 있었던 데는 어려울 때 힘든 일을 자처한 우지원도 큰 힘이 됐다”고 칭찬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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