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글쓰기를 결심한 것은 96년 말. 자식들이 모두 커 앞으로 외롭고 무료한 노년만이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더럭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동네 우체국에서 실시하는 컴퓨터 교육에 참석해 두달간 워드와 인터넷을 익히고 난 뒤 시작(詩作)에 몰두했다.
학력은 중졸인데다 그동안 시를 써거나 읽지도 않았던 터라 곧바로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슴 속의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것이 가장 훌륭한 글”이라는 막내아들 이철성(李哲星·32·시인)씨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았다.
그는 회갑을 맞아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시 100여편을 써 97년 12월말 ‘풀부채 향기’라는 시집을 개인적으로 낸데 이어 출판사(삶과 꿈)의 제의로 지난해 8월 두번째 시집 ‘내 손톱에 봉숭아물’을 출간했다.
99년 10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몸이 일부 마비됐지만 늦게나마 재미붙인 글쓰기는 놓지 않아 지난해 1월 ‘바로 잡은 자리’라는 수필로 ‘세기문학’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올 2월 초에는 ‘낮잠’ 등 동시 5편으로 ‘문학세계’에 동시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노년이지만 두려움을 털고 시작한 글쓰기는 그를 정말 외롭지 않게 만들었다. 각종 문학지의 기고 요청과 문학동인들의 초청이 쇄도하는 등 할 일이 생기고 새로운 친구도 생겼기 때문. 그는 “노년은 자기하기 나름”이라며 활짝 웃었다.
<진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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