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손광운/일산 호수공원 목조르지 말라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6분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의 명물인 호수공원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아마 이런 느낌은 대부분의 일산 시민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30만평의 호수공원 내부와 인근에 각종 대형 인공 시설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호수공원이 본래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고양시는 전세계의 화장실 변천사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화장실 전시관’을 건립하고 있다. 4월 완공을 목표로 호수공원 산책로를 가로막은 채 진행되고 있는 이 공사의 예산은 9억원에 이른다. 6월에는 ‘국제 규모의 선인장 전시관’이 들어선다고 한다. 역시 최소 수억원이 드는 일이다.

또 하나, 줄줄이 들어설 시설물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만한 것으로 대형 수족관 건립이 있다. 2003년 개장할 예정이고 적어도 100억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한다. 그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호수공원 옆의 아름다운 초지 공간 5000평이 잠식될 것이다. 호수공원의 ‘개발’이 이런 속도로 진행돼 가면 아마 5년쯤 뒤에는 호수공원 주위에 각종 시설이 이런 저런 명분으로 빽빽하게 들어설 게 분명하다.

5년 전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 들렀을 때의 감흥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말로만 듣던 세계적인 공원이 예상 밖으로 너무나 조용하고 단순한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 잔디밭, 몇 개의 작은 호수, 울창한 숲, 그리고 산책로가 거의 전부였다. 가장 오래된 근대 도시의 하나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전형적인 도시공원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지금 일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연 친화적인 호수공원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 시설들을 마구잡이로 들어서게 만드는 것이 시민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될지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지 고양시에 묻고 싶다.

호수공원을 공원답게 놓아둘 수는 없는 일일까. 시설물 건설에 쓸 돈이 있으면 공원 안에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심고 가꾸는데 써야 한다. 아름다운 호수공원은 시민의 것이자 미래 후손들을 위한 소중한 유산이라는 점을 고양시는 더 늦기 전에 명심하기 바란다.

손광운(변호사·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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