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기영 금감원 심의위원 "누구나 믿을 회계보고서 절실"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41분


정기영(鄭基英·사진) 금융감독원 회계담당 전문심의위원이 계명대로 돌아간다. 98년말부터 2년간 국내 기업회계기준을 국제기준에 맞춰 정비하는 실무작업을 총지휘했던 정위원을 만나 한국회계의 현주소, 개선방안 등을 들어봤다. 정위원은 “회계사가 만드는 회계보고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전문가로서 자부심과 높은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 회계수준을 어떻게 평가하나.

“회계는 사회의 거울이다. 기업회계가 유리알 같이 투명하다고 말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선진국 진입을 앞둔 국가들과 비교해 유독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회계보고서가 절실하다. 회계보고서는 통조림에 붙인 라벨과 같다. 깡통 안에 든 음식의 내용물, 의학적 검증여부, 영양성분이 적힌 내용을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음식을 먹겠나.”

―처벌이 약했던 것은 아닌가.

“사실 98년 이전에는 제대로 된 처벌규정이 없었다. 금감원은 감리규정을 98년 이후 매년 2차례씩 개정해 처벌이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은 회계정보의 공공성을 인식못했다. 회계사가 서명한 감사보고서는 사회전체 투자자에게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10억원어치 사기친 사람과 1만명에게 10만원씩 피해를 준 엉터리 회계사를 비교할 때 누가 더 강한 처벌을 받아야하는지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

―회계사나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나.

“회계사에게 엄정히 일했다고 칭찬하는 제도는 없이 처벌만 존재한다. 회계법인이 경미한 지적을 받으면 ‘회계법인 지정제외 1%’라는 처벌을 받는데 1억5000만∼2억원의 벌과금을 주는 효과가 있다. 제대로 일한 곳에는 포인트를 경감해주는 방법도 있다.”

―일선 회계사들조차 ‘내가 감사했지만 겉핥기식이어서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자조하는데….

“공인회계사가 의기소침하고 있는 것을 안다. 제값 주고 제대로 된 회계감사를 받아야한다는 공감대가 업계에 형성돼야 한다. 회계사도 윤리의식을 각별히 갖춰야 한다. 공공성 강한 회계보고서를 만드는 회계사가 주식투자 때문에 독립성을 의심받아서는 안된다.”

―대우그룹이나 동아건설 분식을 보는 소감은….

“동아건설은 회계법인마다 결과가 들쭉날쭉하다고 보도됐는데 평가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달랐을 것으로 본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동아건설 문제를 보고 납득하기 어려웠다. 안타깝게도 대우의 분식회계는 계획된 측면이 강하다. 대우는 김우중회장이 오래전부터 큰 그림을 갖고 분식을 주도했다는 느낌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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