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Me(나부터)’
나부터 정직하게 행동하고, 나부터 직장 내의 비윤리적 관행을 막는다면 세상은 좀더 달라질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교회 바로세우기와 건강한 시민사회 형성을 사명으로 삼고 있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다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나부터’ 운동을 벌인다.
기윤실은 최근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목사, 손봉호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교수 등 공동대표들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숭실대에서 대의원 총회를 열어 ‘From Me, 나부터 사랑으로 나부터 바르게’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기윤실 유해신 사무처장은 “14년 전 창립 당시 우리의 이념은 교회나 사회의 비도덕성은 개개인도 상당한 정도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부터 올바르게 살도록 노력하자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공명선거운동, 음란물고발활동, 교회세습반대운동 등이 부각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초심을 잊어버리곤 했다”고 말했다.
‘From Me’라는 구호는 지난해 11월 ‘기윤실의 밤’행사에서 한 회원에 의해 처음 언급돼 즉각적인 호응을 얻었다. 천주교의 ‘내 탓이오(Mea Culpa)’를 연상시키지만 행동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그보다 더 적극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구호는 벌써 기독교인 직능단체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고 있다.
한국누가회의 ‘밝은 의료사회를 위한 누가들의 모임’은 ‘나부터 리베이트 없애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 모임 회원들은 23일 서울대병원 구내 교회에서 최근 의약분업 과정에서 쟁점이 된 ‘의약품 리베이트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토론회를 벌인 뒤 의사 개인이 제약회사로부터 정당하게 지원받을 수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 시안에는 의사들이 제약회사가 후원하는 학술강연 등에 참석할 경우 식사비는 한끼에 2만원을 넘지 못하고, 교통비는 항공편의 경우 이코노미 클래스, 기차편의 경우 일반석을 원칙으로 한다는 등 17개 항목에 걸쳐 세밀한 규정이 들어있다.
기독교인 교사단체 12개의 연합체인 ‘기독교사 연합’도 지난해부터 전개해온 교과서 자습서 채택료 근절운동을 ‘나부터’ 운동과 연계해 전개하고 있다. 기독교사 연합이 최근 발간해 배포하고 있는 ‘좋은 교사 길라잡이’란 소책자에는 교사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각종 교육 관련 기록물을 정직하게 작성하자’ ‘촌지를 받지 말자’ ‘채택료를 받지 말자’ 등 40개 항목의 개인별 실천지침이 들어 있다.
기윤실은 ‘나부터’ 운동의 근본정신이 자발성에 있다고 보고 차량스티커나 책갈피 등의 매체를 통해 나부터 변해야 할 필요성을 알리는데 주력할 뿐 가능한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한국누가회의 경우처럼 자발적인 협조요청이 있을 때는 예수사랑변호사회 등과 함께 가이드라인 문안작성 작업을 돕는 등 적극적으로 후원한다는 방침이다.
유 사무처장은 “‘나부터’ 운동이 기업인 공무원 언론인 등의 다른 기독교인 직능단체로 확산되고, 이들이 다시 해당 직능사회 전체의 변화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기독교적 사회운동의 본래 모습”이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