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아이러브스쿨 김영삼사장 사임

  • 입력 2001년 2월 23일 15시 01분


김영삼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co.kr)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사장은 23일 "한층 발전되고 내실있는 아이러브스쿨의 미래를 위해 경영일선을 떠나 그동안 숙원이었던 학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 99년 회사 설립때부터 경영을 맡아 왔다.

아이러브스쿨측은 "김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 직을 수행했던 김상민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을 예정"이라 밝혔다.

정현주<동아닷컴 기자> fict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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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더스클럽]김영삼사장이 아이러브스쿨을 떠난 진짜 이유는

[ 언론에 보내는 발표 전문]

안녕하세요. 아이러브스쿨 김영삼입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고생은 안하셨는지,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온 것 같습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러브스쿨의 오늘이 있기까지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광고홍보는 생각하지도 못했을 때 여러분의 기사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직접 찾아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로 대신하는 점 많은 양해 바랍니다. 얼마 전 야후코리아의 염진섭 사장님과 홍익인터넷의 노상범 사장님께서 사임하신다는 기사를 접했었는데 이번에 제가 그런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생활은 전무했고 계속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다가 사업이라는 결코 쉽지 않은 전쟁에서의 1년 반은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습니다. 보잘 것 없던 아이디어와 걸음마 경영이었지만 오늘의 아이러브스쿨이 있기까지에는 많은 분들의 도움, 그리고 인생에 한번 올까말까 한 행운의 힘이 컸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이러브스쿨과 같이 한 보낸 지난 1년 반은 한 사람이 80여 평생 동안 겪는 그 어떤 경험보다도 더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평범한 학생에서 벤처기업 사장으로 변신하여 난생처음 겪는 모험과 변화 속에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 오는 동안, 어느 순간부터 CEO라는 자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많은 돈도 얻었고, 유명세도 얻었지만 동시에 제가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었다는 점도 고백합니다. 과연 내가 이 회사를 이끌어나갈 역량이 되는가에 대한 반성이 계속되었고, 이제는 아이러브스쿨을 기업으로써 성장시킬 수 있는 전문 CEO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랜디 코미사가 쓴 <승려와 수수께끼>의 한 대목을 인용하겠습니다.

“벤처기업에는 3단계의 CEO가 필요하다. 첫번째 단계의 CEO는 ‘리트리버(사냥감을 물어오도록 훈련된 개)’ 같아야 한다. 그의 역할은 진흙 속에서 진주를 골라 팀을 결성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시장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일관성 있는 비전 하에 말이다. 뿐만 아니라 창업자금을 유치해야 하며 초기의 고객과 협력업체를 사수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끈기와 창의력이 생명이다. 두번째 단계의 CEO는 ‘블러드하운드(영국산 경찰견)’ 같아야 한다. 그의 역할은 시장의 냄새를 맡고 기업의 입지를 다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경영진을 구성하고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탁월한 방향감각과 기업의 규모확장에 필요한 기술이 생명이다. 세번째 단계의 CEO는 ‘허스키(에스키모개)’ 같아야 한다. 그의 역할은 팀을 리드하고 하루게 다르게 몸집이 커져가는 기업을 끌고 나가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일관성 있는 태도와 결단력이 생명이다.

나는 벤처기업을 하는 CEO들에게 원하는 만큼, 능력이 닿는 만큼 멀리 뻗어 나가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구의 맨틀까지 가서 닿으면 새로운 리더에게 자리를 넘겨줄 준비를 하라고 한다. 세인트버나드(인명구조견)가 필요한 상황이 되지 않게 말이다.”

그동안 저는 과연 어느 단계의 CEO까지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리트리버의 역할이 저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블러드하운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제가 창업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속해서 이 회사를 이끈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 자신이나 회사를 위해 그릇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위의 많은 사례들을 보면 창업자의 무리한 욕심으로 인해 회사가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저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다시금 학교로 돌아가 경영을 하면서 느꼈던 많은 부족한 점을 메우려 합니다. 인터넷 기업을 경영하면서 항상 느껴왔던 것은,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이 인터넷이 가져올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인터넷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봄으로써 그 자체가 가지는 사회학적인 요소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던 산업혁명 시기에는 광고산업이 존재하지 않았듯이 단반향 매체인 방송, 신문의 시대에서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 시대에 어떠한 사회, 문화, 정치적인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거품론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가지 명확한 것은 인터넷은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는 것입니다. 전화가 그러했고, TV가 그러하였듯이 인터넷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그러한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싶습니다.

현재의 아이러브스쿨의 모습은 동창 커뮤니티의 한계점에 다다른 것처럼 보입니다. 근래들어 여러 순위 사이트에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회원 증가 추이도 많이 감소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브스쿨이 추구하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의 커뮤니티가 구축된다면 현재 논의되는 거품론이라든지 수익모델 논쟁은 잠재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러브스쿨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그 확신은 바로 아이러브스쿨이 인터넷이 줄 수 있는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핵심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당분간은 아이러브스쿨의 고문을 맡으면서 부족하지만 저의 경험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할까 합니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던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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