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마저 "나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면서 26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초청하는 공동여당 간부들의 청와대 만찬까지 넣는다면 2월 한달에 이 나라 정치주역들은 다 만나는 셈"이라고 말했다.
JP는 23일 여야 국회의원 50여명을 대동하고 서울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을 둘러봤다. 월드컵조직위 공동위원장인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에게 경기장 시찰 의사를 밝히면서 "이왕이면 여야 의원들이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2002년 월드컵축구 국회의원연맹 회장이기도 한 JP는 경기장을 시찰한 뒤 함께 간 여야의원들에게 저녁을 사며 좌장 노릇을 톡톡이 했다. 한 참석자는 "저녁 모임에 참석한 여야 의원 수가 교섭단체를 두 개나 만들고도 남을 만 했다"고 전했다.
JP는 22일 오후엔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만나 '화해와 협력'의 계기를 마련했고, 저녁에는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와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 등 자민련 지도부는 물론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 등 공동여당 주요당직자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 만찬을 베풀며 결속을 다졌다.
21일에는 민국당 김윤환(金潤煥)대표와 만나 민주-자민련-민국당의 정책연합을 깊숙이 논의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정치권내 진보·개혁파의 상징격인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의원 9명에게 저녁을 사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지난 15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느닷없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어깨를 주무르며 싱긋 웃어보이기도 했다. JP는 또 그동안 냉랭히 대해온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과도 그가 중국에서 귀국하는 이달 말쯤 회동할 예정이다.
측근들은 JP의 이같은 행보를 "대장정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DJP공조 복원에 이어 '3당 정책연합'으로 정계에 큰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가장 폭넓게 거중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JP라는 것이다.
JP 스스로도 22일 아침 청구동 자택을 나서며 "봄이 오긴 왔구먼"이라고 심경의 일단을 내비쳤다. JP는 작년 말 '내년 봄엔 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JP가 말하는 '신춘대사(新春大事)'가 차기 대선을 향한 정계개편과 '신(新) 3김 연합'일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정작 JP는 "이대로가 좋다"는 생각인 듯 하다고 측근들은 말했다. 당내 일각의 총리 복귀주장에 대해 "서두를 것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