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기업에서 거절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지만 주위에서 “기업에서 사회학이 필요하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차라리 대학 수준을 낮춰 유망한 학과를 선택할 것을 잘못했다”고 후회하고 있다.
지방대생들이 겪는 취업난은 K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서류 심사를 통해 지방대생은 미리 걸러내기 때문에 면접까지 가지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말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방대 출신을 입사시험에서 차별하지 말도록 한 ‘지방대육성방안’을 무색케 하고 있다.
대학가 졸업시즌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최대의 취업난을 겪으면서 대학 문을 나서는 대졸자들의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교육부는 23일 올해 대졸자의 취업률이 지난해보다 2.6%포인트 떨어진 53.4%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일선에서 느끼는 체감 취업난은 이를 훨씬 웃돈다.
교육부는 최근 47개 4년제 대학과 40개 전문대학 취업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자 25만8767명 중 진학자 3만1360명과 입대자 2680명을 제외한 취업 대상자 22만4727명 가운데 일자리를 얻을 사람은 12만여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서울 등 수도권 대학이 지난해 60.3%에서 올해 56.1%로, 지방대는 53.2%에서 52%로 떨어졌다.
대졸자 취업률은 외환위기 직전인 97년 61.8%를 기록한 뒤 98년 50.5%로 떨어졌으나 99년 51.3%, 2000년 56.0%로 회복세를 보여왔다. 전문대 취업률도 지난해 79.4%에서 올해는 72%로 7.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 통계에 따르더라도 대졸자와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을 종합한 평균 취업률은 62.4%로 지난해 68.2%보다 5.8%포인트나 떨어졌으며 16만4000명은 일자리를 얻기 힘들 것이란 계산이다. 또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졸업자 중 미취업자 수는 △97년 9만명 △98년 14만2000명 △99년 14만6000명이었고 지난해 12만4000명으로 줄었지만 올해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통계적인 것보다 구직일선의 체감 취업난은 훨씬 심각하다. 대학의 취업알선 창구에서는 올 졸업생에 ‘취업재수생’ 10만여명까지 합치면 실제 취업률은 30%대에 머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취업난을 피해 휴학을 선택하는 현상이 일어 휴학률이 98년 38%, 99년 43%에서 지난해에는 44%(50만명)로 크게 치솟았다.
이 같은 취업난은 경기침체의 원인도 있지만 최근 기업체의 채용 패턴도 한몫하고 있다. 사원 채용 중 신입사원은 15%뿐이고 나머지는 경력자를 우선하고 소수 정예 채용, PR분야와 마케팅을 합쳐 ‘마케팅홍보’ 등으로 직종을 통폐합하는 경향 등이 그것이다.
대학에도 비상이 걸렸다. 연세대는 3월에 교내에서 대학 최초로 국내외 기업체를 초청해 ‘구직 박람회’를 열 예정이며 학생회관에 ‘취업인터뷰 광장’을 상설해 구직 희망자와 기업체들이 언제든지 화상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다.
연세대 취업담당 김농주씨는 “직종 통폐합 등으로 일자리는 줄고 구직자는 늘어나는 ‘잡 스태그플레이션(Job Stagflation)’이 심화될 전망이어서 취업난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학벌 위주보다는 자신의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능을 갖출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