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이슬람문화권에서 여성의 몸을 가리는 ‘차도르’는 여성의 억압일테고, ‘노르웨이 숲’은 북유럽의 자유분방함과 낭만일 것이다. 그 이슬람문화권에서 북유럽까지, 각국을 여행하면서 그곳 여성들의 일상과 문화를 하나둘 건져 올렸다.
부제에서 드러나듯 ‘세계 여성 문화기행’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저자는 사막문화권의 요르단 시리아 이란 이라크, 동서양의 점이지대인 터키 그리스를 지나 북유럽의 노르웨이 핀란드로 올라간다.
저자의 눈길이 가장 많이 머무는 곳은 이슬람문화권의 여성들. 특히 생생하게 펼쳐놓은 차도르 이야기가 흥미롭다. 차도르가 가장 엄한 곳은 아프가니스탄. 아예 천으로 된 자루를 뒤집어쓴다. 이를 부르콰라 부르는데, 오직 눈부분에만 그물망을 만들어 놓을 뿐이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국제공항에 내리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포스터가 있다. ‘베일은 여성을 더욱 여성답게 만든다’라는 글귀와 함께 차도르를 두른 여성 모습이 담겨있는 포스터. 과연 그럴까, 하고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차도르에 갇힌 이란 여성들은 차도르가 범하지 못하는 신체 부위, 즉 얼굴과 발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다양한 구두와 스타킹, 그리고 이에 대한 여성들의 각별한 관심…. 이것만 보아도 베일이 여성을 여성답게 만들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훔쳐보기도 재미있다. 요르단의 최북단 어느 마을에선 남탕 여탕이 따로 없는 목욕탕을 슬쩍 훔쳐본다. 그럼 혼탕이란 말인가.
아니다. 남녀의 이용시간을 달리하고 있다고 전한다. 터키의 해변에서 누드족을 발견한 저자. 200㎜ 망원렌즈로 누드족을 훔쳐보면서 “이슬람땅에 누드족”이라니 하고 능청스런(?) 탄성을 지른다.
저자는 이제 노르웨이로 북상한다. 입센이 ‘인형의 집’을 쓴 곳. 사람들은 그래서 노르웨이를 20세기 여성해방 운동의 진원지이자 프리섹스의 나라라고 한다. 저자는 노르웨이에 도착하자마자 프리섹스의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곳곳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발견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프리 섹스는 난삽한 성관계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차별 없는 성이었다. 즉 프리 섹스는 성의 차별이 없는 것(영어의 free엔 ‘없다’는 의미가 들어있다)이다.”
이처럼 우리의 오해를 풀어주는 대목도 유익하다. 130여컷에 달하는 다양한 사진도 이 책의 흥미를 더해준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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