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참여연대는 올해 주총전략을 ‘선택과 집중’으로 정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총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
대표 기업의 경영 행태가 바뀌면 다른 기업들도 변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이다. 목표도 ‘독립사외이사 선임’으로 단일화했다. 이런 전략에 따라 선택된 회사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 3사.
▽독립 사외이사 임명에 승부 건다〓참여연대는 3년간의 소액주주 운동을 통해 경영 투명성 확보, 경영 민주화, 주주우선경영 등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확보가 중요함을 알게 됐다. ‘독립사외이사 한 명이 시민단체 몇 개보다 낫다’는 판단 때문. 이에 따라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독립사외이사 선임요구’로 단일화했다.
장 교수는 “작년에 현대중공업이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을 고소하는 등 계열사간의 봐주기가 금이 간 것도 박진원 변호사 등 사외이사의 역할이 컸다”며 “주주이익을 가장 중요시하는 독립적인 사외이사만 있으면 한국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그룹의 분식회계, 현대의 무리한 대북사업도 독립사외이사만 있었다면 견제할 수 있었다는 것.
▽올 주총 하이라이트는 삼성전자〓SK텔레콤은 “남상구 김대식 사외이사를 재선임해 달라”는 참여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참여연대가 추천한 전성철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장을 사외이사로 임명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양측은 9일 주총에서 격돌할 수밖에 없는 상태.
현 상황으로 볼 때 주총에서 참여연대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주총에서 표 대결을 통한 승리보다는 ‘장렬한 패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패배를 통해 현행 상법의 집중투표제가 얼마나 유명무실하며 집단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것. 참여연대는 또 기존 사외이사들도 공격할 방침이어서 ‘사외이사와 소액주주와의 대결’이라는 드문 풍경도 이번 주총에서 연출될 수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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