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영버전2001/반다이]실패한 사업으로 히트작 만든다

  • 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42분


일본 NTT도코모사의 무선인터넷 i―모드가 성공한 핵심요인은 수익성있는 콘텐츠를 확보했다는 점.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반다이네트워크의 ‘언제라도 캐릭터’다.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에 매일 다른 모양의 캐릭터를 보내주는 이 서비스는 지난해 말 사용자가 150만명을 넘어섰다. 월 매출도 1억5000엔(약 15억원)이상이다.

‘언제라도 캐릭터’는 그러나 사실 실패를 딛고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유행의 트렌드에 민감한 오락산업이 그렇듯이 ‘적절한 타이밍’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반다이는 96년 ‘피핀’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집에서 인터넷을 즐기자’는 취지아래 미국의 애플컴퓨터 등과 제휴해 인터넷과 네트워크게임을 할 수 있는 접속단말기를 만든 것. TV를 모니터로 해 인터넷과 매킨토시의 CD롬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게다가 네트워크 기기의 생산에는 신참이었던 반다이가 섣부르게 시작한 ‘피핀’은 270억엔(약 27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냈다. 1년6개월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피핀’ 프로젝트를 정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뒤처리팀’은 일본 전역 19곳에서 가동되던 네트워크 접속점과 서버, 라우터 등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골머리를 싸맸다. 이 때 눈에 들어온 것이 NTT도코모의 i―모드 무선인터넷 시제품. 일본의 잡지 ‘닛케이 트렌디’는 2000년 1월호에서 이를 ‘패자부활’이라고 설명했다.

캐릭터서비스라는 아이디어도 ‘피핀’의 멤버로부터 나왔다. 원래 피핀용 소프트웨어 중 하나였던 것을 무선인터넷 용으로 개조한 것. ‘언제라도 캐릭터’의 시스템 개발은 1개월만에 이뤄졌다. 이처럼 빠른 개발은 말그대로 ‘피핀 경험의 산물’이었던 셈.

반다이네트워크의 유키코 다카하시과장은 “휴대전화를 ‘나만의 개성’이 넘치도록 장식하고자 하는 젊은층의 욕구를 파악해 ‘과거의 인프라’에서 ‘새로운 시장’을 연 것”이라며 “50년간 반다이의 캐릭터 상품산업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확보한 노하우도 십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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