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박사 가운데 40% 정도는 시간강사 등으로 불완전 취업을 하고 있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80년 이후 박사인력이 급증한 데 비해 수요는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 문제와 맥을 같이하지만 특히 여성박사의 취업난은 심각하다. 98년 박사학위 소지자가 새로 취업한 비율을 보면 여성은 37.7%로 남성(67.8%)의 절반에 불과했다.
여성박사가 취업난을 겪는 것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까. 남녀 박사의 능력 차를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아직 없다. 많은 연구는 여성이 육아와 가사 등 1인 다역을 하는 환경적 요인이 취업난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물론 여성박사 취업난은 여성들의 비현실적인 진로의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취업이 어렵다는 인문 이학계열 등 기초학문 분야에 여성박사가 집중됐고 남성에 비해 진로계획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사실은 취업유망 분야나 그렇지 못한 분야나 여성박사의 취업률은 남성보다 매우 낮다는 점이다. 정보통신컴퓨터 분야의 남성박사 취업률은 90%에 이르지만 여성박사는 60%에 불과하다. 여학생 비율이 높은 사범계도 98년과 99년의 여성박사 취업률은 각각 29.2%와 38.9%로 남성박사의 55.96%와 43.9%보다 낮다.
이런 현상이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성차별적 고용관행과 무관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수한’ 여성박사 중 교수 채용과정에서 성차별적 경험을 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혼도 미루고 부모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해 힘들게 학위를 받았지만 일자리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지식기반사회로 전환하는 시기에 지식을 창출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적자원을 개발하는 것은 국가발전의 핵심이다. 세계 각국은 여성인력을 인적자원 개발의 잠재력 집단으로 보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국가연구위원회 산하에 ‘과학 공학여성인력위원회’를 상설해 정책대안을 개발하고 연도별 성과도 평가한다. 캐나다는 ‘여성교수 고용기금제도’를 만들어 여성교수 및 연구원 고용금융제도를 운영한다. 독일도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지도자급 여성을 늘리는 데 큰 목표를 두고 있다.
우리도 국가 차원에서 여성인력 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여성 고등인력이 잘 활용되도록 ‘여성 채용목표제’ 도입 등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인적 자원밖에 없는 우리가 애써 개발한 인적자원을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상황이 한가롭지도 않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남승희(교육인적자원부 여성교육정책담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