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A 투자신탁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에 1억원을 맡긴 황모씨(47). 그는 최근 “채권투자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국고채 수익률이 1월초 연6.6%선에서 2월12일 5.0%까지 떨어질 때는 수익증권 수익률이 나날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철환(全哲煥) 한국은행 총재의 ‘국고채 과열기미’발언이 나오고 나서 국고채 수익률이 다시 급등세로 돌아서면서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40여일동안 쌓였던 평가이익의 대부분이 불과 10일도 안돼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은 겨우 원본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투자도 위험하다〓지금까지 채권투자의 특징은 수익성과 안정성이었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아 수익 경쟁력이 높았고 주식보다 가격변동이 적어 안정적이었다. 정년퇴직을 한 사람 등 금리생활자들이 운용자산의 상당부분을 채권형 상품에 넣었던 것은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공사채형 수익증권이 대부분 시가평가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채권가격에 따라 수익증권의 수익률을 변경하게 된다. 그 전에는 채권을 장부가로 평가해 시장의 변동위험에서 자유로웠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이제 채권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고수익―고위험 상품이 된 것이다.
▽시가평가 채권형 펀드 평가손실 급증〓실제로 시가평가를 적용하는 단기(6개월) 국공채형펀드는 평균 수익률이 최근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채권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였던 12일까지 채권형 편드의 평균수익률은 올 들어 2.95%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모든 채권형펀드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국고채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13∼23일 단기 국공채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0.85%포인트 떨어졌다. 국고채 금리 하락기에 수익률 1등을 차지한 뛰어난 성적은 시장상황이 악화되자 수익률 최악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특히 1월에 새로 만든 채권형펀드들은 원금손실을 입기도 했다.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김찬주 채권운용팀장은 “최근 국고채 수익률 상승으로 한달간 쌓였던 채권이자가 채권가격 하락으로 모두 날아가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단기 국공채형펀드는 가입후 6개월이 지나면 수수료를 내지 않고 해지할 수 있다. 펀드 만기를 6개월로 볼 때 편입하는 국공채의 만기는 3년으로 ‘만기의 불일치’가 생긴다. 이때 만기가 많이 남을수록 펀드 수익률은 더 떨어진다. 그래서 채권형 펀드 투자에 앞서 금리동향과 만기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홍찬선·이진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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