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건강]혀…색깔 변하거나 통증땐 건강 '적신호'

  • 입력 2001년 2월 25일 18시 49분


‘如口之舌(여구지설)’. 속 마음을 제 때 알아차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남편이나 아내를 뜻하는 말이다. 혀는 눈 입술과 함께 몸의 ‘3대 여구지설’로 통한다. 병이 생기면 색깔 굳기 통증 등 각종 신호를 보내 상태를 알려주는 건강의 거울이다.

▽설태는 ‘속병’조짐 아니다〓혀의 오돌도톨한 돌기 사이에 하얗게 이물질이 끼는 것이 설태(舌苔). 하루 중 자고 일어났을 때 가장 양이 많다. 입 안 청소부 역할을 하는 침의 양이 수면중에 10분 1로 줄기 때문. 설태는 신물이 자주 넘어오거나 위장의 괄약근이 이완된 사람에게 자주 낀다. 과음 후 토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설태가 많다.

그렇다고 설태가 심한 소화기질환이나 콩팥염 기관지염 폐렴 등의 조짐은 아니다. 심한 병을 앓다가 설태가 생기면 병의 경과가 좋다는 징조라며 반가워하는데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항생제를 많이 복용하면 혀는 까맣게 변한다. 혀의 돌기가 항생제 영향으로 길어지고 이곳에 색소가 침착되면 노랗게 변했다가 까맣게 된다.

빨간 색소가 많이 든 딸기 사탕을 빨아 먹으면 혀가 빨개지는 것과 같은 이치. 혀가 창백하면 빈혈, 청자색이면 선천성 심장기형을 의심할 수 있다.

불그레한 ‘딸기 혀’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연쇄상구균 등 감염 질환이 원인일 수 있지만 폐렴과는 무관하다.

▽통증은 당뇨 빈혈의 신호〓‘혀의 통증〓암’은 아니다. 당뇨 빈혈이 있을 때도 혀는 통증으로 신호한다. 당뇨 빈혈로 유두가 없어지면서 혓바닥이 매끈해져 조그만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당뇨 빈혈이 아닌데도 김치 등 맵고 짠 음식을 먹을 때 혀가 아프면 비타민 ¤ 부족증을 의심할 수 있다.

비타민 ¤가 부족해도 돌기가 닳아 혀가 매끈해지기 때문. 이때는 핵의학과가 있는 종합병원을 가야 정확한 검사가 가능하다.

특히 위를 잘라낸 사람의 경우 1∼3년 후 비타민 ¤ 부족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40대 이상 여성이 특별한 이유없이 혀가 화끈거리고 따가우면 혀작열감 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혀가 굳어져 말을 더듬거나 발음이 똑똑하지 않으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것. 고열에 의해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뇌졸중 등이 왔을 때 혀 신경이 다치면 혀를 마음대로 놀리지 못한다.

▽염증이 오래가면 위험 신호〓담배를 많이 피거나 과음한 다음날 혀에 자주 궤양이 생기지만 며칠 지나면 금방 낫는다.

3주 이상 궤양이 계속되고 출혈이 심하면 혀암일 수 있으므로 이비인후과나 구강내과(구강진단과)를 찾아 검사받는 것이 좋다.

또 혀의 궤양이 자주 생기고 잘 낫지 않으면 류마티스질환 크론병 베체트병 등을 의심할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져 입안 세균에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혀에 하얗게 염증이 생기는 혀칸디다증은 우유를 먹는 영유아에게 많이 발생하며 곰팡이균이 원인.

반복적인 마찰이나 극심한 육체적 피로가 쌓이면 혀의 유두에 생기는데 혓바늘도 일종의 염증이다.

▽야채 과일 많이 먹어야〓담배와 술을 삼가는 것이 혀 건강에 가장 좋다. 바이러스와 함께 혀암의 3대 원인이기 때문. 특히 과음한 다음날 혀는 궤양이 생기거나 까끌까끌해지는 등 바로 반응을 한다.

규칙적인 식사도 혀 건강에 좋다. 음식을 씹을 때 침이 혀를 깨끗이 청소하기 때문. 야채 과일은 침을 많이 나오게 하는 혀 건강식품이므로 매일 먹는다.

양치질 할 때 혓바닥은 물론 혀의 안쪽까지 구석구석 닦는다. 구역질이 나면 잠시 호흡을 멈추고 너무 힘들면 혀 세정기를 사용한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김광현교수,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진단과 고홍섭교수)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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