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적인 예가 주사제 의약분업 제외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이다. 주사제를 제외하는 내용의 약사법안이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됐지만 당내에는 여전히 뒷말이 많고, 28일 본회의 표결에 대한 당론 여부조차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가뜩이나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이 일관성을 잃어 혼란스러운데 여당마저 허둥대는 모습이니 국민으로서는 난감하다.
민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사제 문제는 의약분업 실시 전부터 주요 쟁점으로 거론됐다. 그런데 의약분업실시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니 집권여당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보건복지위 표결에 앞서 여당 지도부에서는 ‘당론을 정해야 한다’ ‘의원들의 자유의사대로 투표하도록 하자’ ‘당론은 없다’ 등 의견이 갈렸다는 것인데 결국 당론을 모으지 못했다는 것이다. 복잡한 문제이니 애초부터 피해 가자는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국정에 책임이 있는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여당은 주사제 문제가 상임위를 통과한 뒤 비판의 소리가 나오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모호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자유투표를 할 듯했으나 다시 방침을 바꿔 본회의 전 의견을 모아 당론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사실 주사제 문제에 대해서는 야당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도 뒤늦게 당론을 정하겠다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집권 경험을 살려 구체적 대안을 진작 당론으로 내놓았어야 했다.
여당의 정책혼선은 그뿐만이 아니다. 개혁 입법의 하나인 인권위원회법은 국회에 법안이 제출됐으나 처리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여당 법안에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권위원회법이건, 약사법이건 당정협의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가보안법 처리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정책 공조를 한다는 민주당과 자민련은 당론이 완전히 달라 언제 어떻게 조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DJP공조는 공직자리만 나눠 갖는 게 아니다.
집권 여당은 효율적인 여론 수렴과 당정협의를 통해 제때 제때 분명한 당론을 제시하며 국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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