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군자2리 강원양돈단지. 이 곳에서는 농협직원들이 구제역 광우병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를 돕기 위한 2박3일간의 ‘체험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농협 횡성사료공장 직원 원성호(元聖鎬·45)씨.그는 22일 이 곳에서 3일째 농가일을 돕고 있었다.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 원씨는 둘러싸인 돼지들을 피해가며 돼지분뇨를 치우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돼지들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씨는 제법 익숙한 솜씨로 청소를 계속했다.
원씨는 “돼지를 사육하는 일이 이렇게 고되고 힘든 줄은 미처 몰랐다”며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돈사에 들어가기 조차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축산인들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원씨는 인부들과 똑같이 7시에 기상, 오후 5시까지 농장일을 도왔다. 첫날에는 도착하자 마자 의욕만 앞세워 육성사(育成舍)에서 진행된 거세작업 때 멋모르고 돼지 뒷다리를 잡았다가 채이는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인부들은 “처음 일하는 사람치고는 상당히 잘하는 수준”이라며 “너무 열심히 도워줘 짧은 기간이지만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양돈단지는 1만평의 부지에 6600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는 대규모 시설로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단지에서 사육돼 납품되는 돼지출하가격은 마리(110㎏)당 14만원선에 불과하다. 사료비와 은행대출이자 등을 감안한 최소한의 생산가 15만∼16만원에도 미달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종기(李鍾基·52)단지장은 “97년 이 양돈단지를 조성할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으나 느닷없이 찾아온 구제역 파동 등으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허탈해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뒤늦게나마 농협이 체험활동을 벌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원씨도 “짧은 기간이지만 보고 느낀점을 그대로 보고해 농민들을 최대한 돕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1차로 다음달 17일까지 320명, 2차로 8, 9월에 320명의 직원들을 축산체험활동현장에 보낼 계획이다.
<춘천〓최창순기자>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