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미국증시는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모토로라의 실적악화로 직격탄을 맞고 나스닥지수가 6.8%, 다우존스지수는 3.3%가 빠졌다. 게다가 도매물가와 소비자물가마저 상승세를 보이며 FRB의 추가 금리인하폭이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는 물론 스태그플레이션 논쟁까지 불러일으키며 혼란상을 더욱 부추겼다.
지난 한 주가 앞으로의 증시향방에 대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면 이번 주는 금리정책에 대한 FRB의 방침과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등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월가에서는 중요한 기업들의 실적발표는 없는 대신 몇 가지 중요한 경제지표발표와 그린스펀 의장의 하원 청문회출석이 관심을 끈다.
◆소비자신뢰지수와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지수
이번 주 발표될 경제지표는 FRB가 가장 중요시하는 소비자신뢰지수와 NAPM지수이다.
미국시간으로 이번 주 화요일(27일) 발표될 소비자신뢰지수는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특히 그린스펀 의장이 중요시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번 청문회에서 "소비자신뢰의 추락이 진정한 침체로 접어드는 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소비심리의 위축이야말로 경기를 얼어붙게 하는 장본인이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지난 달 소비자신뢰지수는 114.4를 기록해 4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전문가들은 이 달의 소비자신뢰도 110.5를 기록해 더욱 악화된 소비심리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APM지수 역시 제조업동향을 나타내는 경기지표로 중요시된다.
목요일 발표예정인 NAPM지수는 지난 달 41.2를 기록해 10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는데 이번 달에는 소폭 반등한 42.0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50이하의 수치는 통상적으로 침체수준으로 보기 때문에 FRB의 추가금리인하에 제동을 걸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3일에 있었던 FRB의 기습적 금리인하가 전달의 NAPM지수 악화에 따른 신속한 조치였음을 상기해볼 때 이 지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이 같은 전망을 바탕으로 월가의 전문가들은 빠르면 이번 주 내에 늦어도 다음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RB가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주 블룸버그통신이 월가의 24개 채권딜러들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딜러들이 다음달 20일 예정된 FOMC 혹은 그 이전에 0.5%의 추가금리인하조치를 예상하고 있는 가운데 베어스턴스와 리만 브라더스, 지온 퍼스트 내셔널 뱅크등 3개사의 딜러들은 이번 주 내에 FRB가 연방금리를 0.5%포인트 인하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어스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웨인 앤젤은 지난 달 3일 FRB의 기습적 금리인하를 상기시키며 "이번 주 내에 FRB가 연방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60%"라고 말했다.
리만 브라더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테판 슬리퍼도 "주가가 계속 추락하고 소비자신뢰지수도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 주 내에 FRB가 금리를 인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청문회발언에도 주목해야
이번 주 역시 지난 13일에 이어 미국시간으로 수요일(28일)과 금요일(3월2일)에 그린스펀 FRB의장의 청문회출석이 예정돼있다. 지난 13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한 그는 "12월의 경기둔화세는 추운 날씨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V자의 경기회복세를 전망하는 낙관론을 펼쳤고 이는 곧 증시에 영향을 미쳐 나스닥이 2.49%나 빠졌다.
이번 청문회에서 주목해볼 그의 발언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그가 지금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지난 13일 청문회에서는 경기회복의 낙관론을 펼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기조가 바뀐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이번에도 역시 그가 낙관론을 펼칠지 월가는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인플레에 관한 FRB의 입장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발표된 도매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오름세가 FRB로 하여금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켜 향후 금리인하의 폭을 제한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FRB가 인플레보다는 경기회복에 대한 우려를 반영해 금리를 인하할 지 투자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