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서울을 출발한 심사단은 장성 나들목을 지나 서삼면 산 98번지 읍내에 들어섰다.
읍내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동감이 물씬 풍겨나 다른 소읍(小邑)보다 훨씬 세련된(?) 느낌을 받았다.
심사단의 목적지는 개인이 만든 숲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조림왕 임종국 선생의 삼나무·편백숲이었다.
임학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씩은 꼭 이곳을 방문하는 게 관례여서 필자도 무척이나 궁금했었던 지역이었다.
서삼면 산 밑 골짜기를 지나 임도로 들어서니 드디어 그렇게 보고싶었던 삼나무·편백숲이 눈 앞에 펼쳐졌다.
책 속 사진에서만 보아 왔던 이 숲에는 심은지 45년 이상된 나무들이 우뚝 서 있었다.
흔히 책에서 보던 곳을 실제로 보면 실망하게 마련인데 이곳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무 끝을 보려고 고개를 젖혀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들이 곧게 뻗어있었고 키큰 나무 사이사이에 키작은 나무들도 서있어 조화미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9월초 스위스에서 보았던 숲을 가장 이상적인 숲형태라고 생각하는데, 이곳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미 타계하신 분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숲을 가꿔주신 임종국 선생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개인이 만든 숲이라면 조금 의아해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이곳의 역사는 6.25동란으로 인해 산림이 모두 황폐해져 버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임종국 선생(1987년 사망)은 우연히 이곳에 소재하는 인촌 김성수 선생의 소유지의 대경목(大徑木)을 보고 가꾸면 훌륭한 숲을 만들수 있겠다고 느끼게 된다.
임선생은 곧바로 실천에 들어가 1955년에 임야 40여㏊중 1㏊에 삼나무와 편백 5000본을 시험적으로 심게 된다.
그런데 결과가 좋자 1976년까지 260㏊의 면적에 총 78만본의 나무를 심게 되었으며 이 나무들이 오늘날의 숲을 이루게 된 것.
삼나무는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이며 건축재, 목재재, 가구재 등의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또 일본에서 히노끼라고 부르는 편백잎은 몸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우리나라 온천에서 히노끼탕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새잎이 돋는 5·6월이 되면 이곳으로 인근 지역의 주민들은 물론 경남지역에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삼림욕을 즐기러 찾아온다고 관계자는 설명한다.
설명을 들으며 3㎞정도의 임도를 따라 편백숲을 걸어보니 그렇게 많은 숲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숲속에서의 편안함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느낌이 새삼 들었다.
이같이 아름다운 숲이 오랫동안 보존돼 조림자의 공적이 후세에 전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았다.
홍혜란/생명의숲 사무처장 forestfl@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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