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전문가에게 듣는다]우동제 현대증권 반도체 애널리스트"삼성전자는 지금이 매수찬스"

  • 입력 2001년 2월 26일 14시 45분


"DRAM가격은 3/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4/4분기에 가서야 시장참가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줄 정도로 반등한다. 이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삼성전자의 편입비중을 늘려라."

우동제 현대증권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는 DRAM가격이 4/4분기에 가서야 큰 폭으로 반등할 것으로 내다본다. 시장일각에서 예상하는 2/4분기와 3/4분기 추세전환은 성급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예상보다 긴 재고조정과 경기침체에 따른 PC수요 부진이 반도체 가격의 급등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반도체 가격의 회복지연으로 삼성전자 주가도 지난해 상반기같은 모습을 재현하기 힘들다고 전망한다. 오히려 TFT-LCD가격하락과 이동전화 단말기 수요부진 등으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단계 레벨 다운(level down)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30만원대 후반에서 움직였던 지난해 상반기와 달리 15만원∼25만원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란 얘기다. 다만 25만원대에서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선 현가격대에서 조정을 보일 때마다 편입비율을 늘려나가라고 조언한다.

우 애널리스트는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동서증권에서 반도체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동서증권이 문을 닫은후 잠시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아더앤더슨사에서 M&A 등을 담당했다. 현대증권에는 2년전에 합류했다. 지난해 미국 증권업계에서 박사학위보다 권위를 인정해 주는 CFA(미국 재무분석사)자격증을 취득했다.

==일부에서 현재의 DRAM가격이 바닥권에 근접했기 때문에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동의하는지.

"전자는 동의하지만 후자에 대해선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반도체 경기사이클이나 세계경기측면에서 볼 때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1990년대중반 반도체 경기사이클은 2년 8개월이었다. 반도체가격이 바닥권에서 탈출한후 정점에 도달했다가 다시 하락하는데 이정도 걸렸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이번 반도체 경기사이클은 6개월로 단축됐다. 그동안 DRAM제조업체들의 구조조정 등으로 반도체 경기사이클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DRAM가격은 바닥권에 근접한 상태다.

그렇지만 이것이 조기반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가격대에서 상당기간 횡보세를 보일 가능성이 많다. DRAM업체와 중간 공급상들의 재고물량이 예상보다 많이 남아 있다. 재고소진 기간에는 반등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상반기 미국경제가 1%대의 저성장으로 PC수요가 늘지 않는 것도 반등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결국 미국 경기회복과 DRAM 재고가 끝나는 8월이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본격적인 반등은 9월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본다."

==4/4분기 DRAM가격이 회복한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가.

"먼저 지난해 4/4분기이후 중단됐던 미국기업들의 PC대체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 경기침체우려로 지난해 4/4분기 미국기업들의 IT투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하반기부터 미국경기가 되살아나면 새로운 수요가 늘 것으로 본다. 특히 인텔의 차세대 주력인 '펜티엄Ⅳ'에 대한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것은 대규모 DRAM수요를 창출해서 공급부족현상을 야기할 것이다. 가령 '펜티엄Ⅳ'를 내재한 PC는 256Mb DRAM을 기본 용량으로 탑재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2배 수요가 느는 셈이다."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딘위터증권 등은 미국경제가 'V'자 아닌 'U'자형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DRAM에 대한 수요부진으로 가격회복속도가 늦어질 수 있는데.

"물론 미국경제가 하반기에도 경착륙하게 되면 4/4분기에도 가격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현대증권은 미국경제가 상반기 1%대 성장을 보이다가 하반기 3.5%정도로 급성장하는 'V'자형 회복을 예상한다. 이같은 전망에 근거해서 DRAM가격의 반등시점을 추정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추세를 멈춘 것은 우리 견해의 타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본다."

== 우 애널리스트는 64Mb DRAM으로 환산한 삼성전자의 DRAM 평균가격을 5.4달러로 추정했다. 여기에 근거해서 삼성전자의 2001년 매출액(35조 8550억원)과 순이익(4조 720억원)을 도출했다. 현재의 DRAM가격추세를 보면 너무 낙관적이란 느낌이 든다.

"이것은 지난해 11월말에 작성한 예상치다. 현재 반도체 가격의 하락폭이 당시보다 가파르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해서 수정작업중이다. DRAM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1990년대중반과 달리 반등폭이 크지 않으면 DRAM 평균판매가격을 대폭 하향조정할 계획이다.

당연히 매출액과 순이익 전망치도 달라질 것이다."

==반도체 가격의 반등을 확신하기 힘든 현시점에서 삼성전자의 투자매력은 거의 없는 것이 아닌가. 현재 '매수'의견을 제시한 이유가 무엇인가.

"올해 예상영업실적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에 대해 '매도'의견을 제시해도 무방하다.

비록 4조원대의 순이익을 추정했지만 지난해 6조원에 비해 50%줄어들었다. 이것도 미국경제회복이란 외부변수에 따라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듯 순이익이 2조원을 밑돌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수의견을 제시한 것은 4/4분기 반도체 가격상승이라는 '모멘텀'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다. 4/4분기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반등할 때 차익을 실현하려면 지금부터 매수해야 한다. 반도체 가격이 상승추세로 돌아서면 주가는 이미 상당 폭 오른 상태라 매수하기가 부담스럽다. 특히 기관투자가나 외국인들은 DRAM가격 약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모멘텀'을 활용하라며 매수의견을 개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15만원안팎에서 매수해서 20만원이 넘으면 차익을 실현하라고 권하고 싶다. 당분간 DRAM가격의 약세가 지속되고 특히 1/4분기 실적이 저조하게 나올 경우 삼성전자는 저가매수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때 매수한 후 20만원대에 재진입하면 별다른 하락위험없이 안정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현시점에서 현대전자도 투자가치가 있는가.

"애널리스트가 정부의 정책의지에 생존이 좌우되는 기업에 투자하라고 권하기 곤란하다. 물론 수익률측면에서만 본다면 현대전자가 유리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하기 적당한 가격대에다 조금만 반등해도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 그러나 현대전자의 위험대비 투자수익률은 삼성전자에 못미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 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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