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윤상, 윤종신, 이현우는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30대 노총각 가수들이다. 비록 90년초 데뷔 이후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신승훈에 밀려 인기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하진 못했지만 이들은 재치 있는 화술과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20대 여성의 연인이자 동경의 대상으로서 꾸준히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네 명이 10년을 넘나들며 들려주었던 사랑에 대한 낭만적인 묘사들은 그저 '사랑해!', 혹은 '이별은 가슴아파!'라고 말하는 직선적인 댄스 음악과는 차별되는 감성으로 '이별의 그늘'과 '헤어진 다음 날'을 노래했다. 지난해 연말 감성의 낭만주의자이자 노총각 4인방은 의기투합, '사색동화'라는 공동콘서트를 가졌고, 이들의 히트곡 16곡은 얼마 전 '사색동화'라는 편집 앨범으로 발표되었다.
재즈의 화성과 선율을 감미롭게 표현한 김현철의 히트곡 '일생을', '거짓말도 보여요'에서부터 자신의 헤어짐 이후의 일상을 고백하듯 노래한 윤종신의 '애니', '배웅', 세련되고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여온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후회', 그리고 윤상의 '바람에게', '사랑이란' 등이 '사색동화'에 수록됐다.
부드러운 남자 이현우, 귀여운 남자 김현철, 멋진 남자 윤상 그리고 조용한 남자 윤종신의 이미지를 혼합한 '사색동화'는 사랑과 음악에 대한 순수한 꿈을 꾸고 있는 네 남자의 지난날의 모습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앨범 재킷의 색소폰, 트럼펫, 호른 등의 악기를 들고 이들의 모습은 음악 외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천진하게 웃고 있다.
비록 새로운 음악이 빠진 편집 앨범이지만 김현철, 윤상, 윤종신, 이현우의 지나간 음악 세계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을 준다. 또 10년이 흘렀을 때 이들이 어떤 음악으로 의기투합해 '사색의 동화'를 그려낼 지 기대하게 만든다.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