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 맛있는 수다]봄이 오는 길목에서 김치를 먹자!

  • 입력 2001년 2월 26일 16시 42분


오늘 아침 부는 바람은 말 그대로 '훈풍'이더군요.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겨울코트를 입고 길에 나서니 좀 덥고 답답하게 느껴지더라구요. 이럴 땐 뭔가 산뜻하고 상큼한 요리를 먹고 싶지만 냉장고에 그득한 작년 김장김치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지죠. 웬수같은 김치! 아까운 걸 버릴 수도 없고, 먹기는 더더욱 싫고.

여성지 같은 데는 남은 김장김치로 김치찌개를 해 먹자, 김치볶음밥을 해 먹자!며 여러 가지 비법을 소개하는데, 제 김치찌개 솜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왕초보" 수준이라... 무슨 비법을 따라해도 절대 나오지 않는 김치찌개 국물 맛. 늘 시어머니께서 너무 쉽게(!) 끓여주시는 김치찌개를 먹으며 "그래, 이 맛이야..."하지만 무슨 수를 써도 그 맛은 안나오더군요. 시어머니께서 주신 김치에 시댁에서 얻은 고춧가루를 써도 그 맛이 안나니 이것은 분명 살림의 연륜에서 나오는 맛인가보다...할 밖에요.

그러니 남편이 너무도 쉽게(!) "김치찌개나 끓여먹자!"고 하면 전 의기소침해서 "김치찌개나! 라구? 김치찌개가 얼마나 어려운데..."하고 툴툴거리기 일쑤죠. 하다못해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힐 것 같은 연예인들도 토크쇼에 나오면 자신있는 요리가 "김치찌개"라는데, 프로주부를 지향하는 내가 김치찌개를 못 끓이다니...이상과 현실사이엔 언제나 갭이 존재하기 마련인가봐요.

그리하여 전 남은 김장김치를 없애기 위해 두부김치를 해 먹게 되었습니다. 국물 걱정 없고, 김치도 많이 들어가는 요리를 찾다보니 딱 두부김치가 나오더라구요. 또 옛날 생각도 나구요.

제가 대학 다닐 때는 맥주집을 가든 소주집을 가든 제일 많이 찾은 안주가 두부김치였거든요. 하긴 그 땐 안주라는 게 다 그렇고 그랬습니다. 소세지 야채볶음이나 감자튀김, 멕시칸 샐러드(멕시코에선 절대 그런 샐러드 안 먹을 것 같은 마요네즈 범벅의 샐러드였죠...)가 대중적인 메뉴. 누가 한턱 낸다 그럼 과일 안주를 찾았죠.

요즘 후배들도 그럴까? 얼마 전에 맥주를 마시러 가보니 모짜렐라 치즈튀김과 튀긴 닭이 올라간 샐러드가 인기 메뉴인 것 같더군요. 격세지감이라∼

두부김치의 질은 역시 김치 맛이 좌우하지만 기름기가 살짝 도는 돼지고기와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볶으면 고소하면서도 시큼 매콤한 맛이 일품이지요. 볶기 전에 김치와 돼지고기에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미리 조물조물 주물러 주면 맛이 잘 배어들어 더 맛있대요. 충분히 볶아 부들부들해진 김치로 끓는 물에 데친 두부를 싸먹는 맛이란...두부를 데칠 때는 소금을 조금 넣어줘야 한답니다. 간도 되고 잘 부서지지 않는대요. 신기하죠?

두부김치를 반찬으로 내놓으니 저희 신랑 황당해 하더군요. 어허...집에서 술을 마시란 말인가? 하지만 냉장고에서 출시될 날만 기다리는 철지난 김치를 생각하면 앞으로도 몇 번은 더 두부김치를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추억의 술안주 두부김치 만드는 법***

재 료 : 신김치 1/4 포기, 돼지고기 약간, 참기름, 깨소금, 두부 1모

만들기 : 1. 신김치를 대충 털어 잘게 썬다

2. 돼지고기를 잘게 썬다.

3. 김치와 돼지고기에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4. 팬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와 돼지고기를 볶는다.

5. 김치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볶는다.

6. 두부를 1.5cm두께로 썬다.

7. 물을 끓여 소금을 약간 넣고 두부를 데친다.

8. 접시에 두부와 볶은 김치를 담아 깨소금을 뿌려낸다.

ps. tv에 자주 나오는 김하진 아저씨가 그러는데 김치찌개에는 두부를 안넣는 게 좋대요. 두부에 김치찌개의 맛있는 맛이 배어들어서 정작 김치찌개는 맛이 없어진다죠? 전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두부가 들어간 맛있는 김치찌개를 얼마나 많이 먹어봤는데...그 아저씰 직접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따져묻고 싶어요. 두부를 넣으면 정말 맛이 없어지나요?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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