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키우는 러시아〓지난해 6월28일 채택된 러시아의 신 ‘외교정책개념’에서는 ‘동북아 지역의 세력균형 확보 및 한반도문제 해결과정에서의 일정한 영향력 행사를 위하여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한―미―일 3국 공조나 남―북―미―중의 4자회담 등에서 모두 소외돼 있는 러시아가 한반도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공식화한 셈이다.
러시아는 특히 북한과 접경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남―북―러 3각 경협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남북종단철도(TKR) 연결사업이다. 러시아측은 “이 사업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인 입장까지 확인했다”며 남한의 적극적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동북아 안정 기대하는 한국〓한국 정부는 남―북―러 경협 등이 현실화하는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3국 협력이 당장 구체적인 성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한반도의 화해 분위기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전문가인 김덕주(金德柱)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남―북―러, 나아가 남―북―중―러의 합작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면 동북아지역의 안정을 담보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제사회 진출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3각협력 열쇠 쥔 북한〓구소련 해체 후 각종 대북원조 중단 등 러시아측의 ‘배신행위’에 대한 북한의 앙금이 아직 다 풀리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남한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때 3국간의 새로운 발전틀이 마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구체적 태도는 상반기중으로 예정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답방과 서울 답방 등을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