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학성/영어수업 쉬운 표현써야 효과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33분


새학기부터 초등학교 3, 4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모든 영어수업이 영어로만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영어수업은 영어를 사용하는 연습보다 영어를 분석하는 일에 치중됐기 때문에 영어 구사력 지도에 관한 한 그 효과가 매우 빈약했다.

가장 큰 문제는 교사들의 영어 구사력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 영어교사 중 7.5% 정도만 영어로 영어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니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걱정이다.

이런 저런 문제들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왕에 시도되는 새로운 영어수업 방식이 보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한다.

영어수업을 영어로 하도록 하는 주된 이유는 그동안 영어교육의 문제로 지적돼온 글 중심, 해석 중심의 영어교육을 말 중심, 표현 중심의 영어교육으로 바꾸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자신이 영어를 사용하거나 영어 원음을 들려줌으로써 학생들이 말로서의 영어에 노출되는 기회를 늘려주는 한편, 학생들이 영어를 흡수하고 영어로 표현하는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 교사들은 수업계획을 짜거나 수업을 진행할 때, 이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즉 영어로 하는 수업의 효과는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 그 자체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이 영어를 흡수하고 사용하도록 할 수 있어야 달성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유의해야 할 일은 먼저 교사들이 학생들 수준에 맞는 영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가급적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보다 어려운 표현은 자제해야 한다.

어떤 교사들은 기본적인 단어나 표현의 뜻을 설명하기 위해 대단히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동원하는데, 이는 학생들에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 교사의 영어는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입력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항상 자신의 영어를 학생들이 이해하는지 신경 써야 한다.

다음은 가르칠 내용이 잘 정의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수업에 가보면 교사의 영어는 훌륭하지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가르칠 내용을 영어를 매개로 하여 가르친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사들은 가르칠 내용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교실에서의 영어대화는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수업은 영어를 잘하는 일부 학생들만의 잔치마당이 돼 대부분의 학생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훌륭한 영어교사는 자신의 영어능력을 학생들 앞에서 뽐내는 영어교사가 아니라, 간단한 표현이라도 학생들이 직접 말하게 하고 써보도록 하는 교사다. 이를 위해 교사는 자신이 말하는 시간과 학생들이 말하는 시간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영어를 구사해야 하며, 반드시 수업에서 다룬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말해볼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학성(경희대 교수·영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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