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라필드 원자력단지를 찾았을 때 시설 바로 주변에 적지 않은 민가가 눈에 들어왔다. 양들을 방목하는 푸른 초지와 호수로 둘러싸인 이 지역은 연간 16만명이 찾는 영국의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시설운영사인 영국핵연료공사(BNFL) 홍보책임자인 닐 스택은 “원자력관련 시설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로 환경에 악영향이 없다는 점을 지역주민들이 잘 알고 있어 마찰은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당국은 ‘공개와 투명성’의 원칙을 바탕으로 공개토론 등을 통해 지방의회 및 주민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
전체 발전량의 46%를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쪽으로 160㎞ 떨어진 발트 해안에 스웨덴핵연료폐기물관리회사(SKB)가 운영하는 포스마크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있다. 부 구스타프슨 SKB 부사장은 지난해 스웨덴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자료를 보여주었다. 스웨덴 국민의 80% 정도가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을 스웨덴에 만들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60% 가까이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지어도 좋다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14년이 넘게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의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을 12차례나 방문한 경험이 있는 구스타프슨 부사장은 “한국에서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결정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비밀리에 정책을 수행해 국민의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는 ‘지역이기주의’를 탓하기에 앞서 ‘투명 행정’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권순활 경제부기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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