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여자 황영조' 권은주 "다시 처음처럼…"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48분


권은주
“새로 마라톤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동아마라톤을 뛸 거예요.”

25일 제주도에서 충남 보령으로 장소를 옮겨 훈련하고 있는 ‘한국 여자마라톤의 희망’ 권은주(24·삼성전자)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밝았다. 지난달 28일 열린 오사카국제마라톤에서 2시간41분28초란 저조한 기록으로 15위에 머문 뒤였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모습.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사카에 갔어요. 처음부터 따라갈 수가 없어 훈련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뛰었지요. 처음엔 실망도 많이 했지만 다른 때와 달리 대회가 끝난 뒤 몸이 좋더라구요.”

사실 권은주는 97년 조선일보춘천마라톤에서 ‘마의 30분벽’을 무너뜨리며 2시간26분12초의 좋은 기록으로 우승, ‘여자 황영조’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하지만 계속되는 발목 부상으로 3년이 넘게 부진속을 해맸다. 족저건막염 등 잇따라 나타난 부상 악몽으로 풀코스에 3번 출전했으나 이렇다할 기록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1동아서울국제마라톤을 앞둔 이번은 다르다. 대회에 한번 출전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됐지만 오사카대회를 마치고는 오히려 몸이 더욱 좋아졌다. 그래서 귀국한뒤 곧바로 제주도로 내려가 동계훈련 마무리 과정인 스피드훈련을 했다.

권은주는 “마음을 비우고 처음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뛸 겁니다. 사실 97년에 너무 좋은 기록을 낸뒤 지금까지 이렇다할 성적을 못내 속이 상했어요. 이번 동아국제마라톤에서는 예전의 레이스 감각을 되찾는 게 첫째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기록에 근접하는 기록을 세워 8월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티켓도 획득해 세계적인 마라토너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욕심도 있다. 하지만 우선 경기감각 회복과 자신감 회복에 치중할 생각이라는 것.

임상규 코치는 “(권)은주가 동아마라톤을 뛰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망설였다. 하지만 컨디션이 오사카대회를 뛴 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동아마라톤에 뛰기로 결정했다.지금 몸상태로는 20분대 후반대는 문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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