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피치IBCA측 “금융기관 부실채권 신용파악 미흡탓”

  • 입력 2001년 2월 26일 18시 59분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함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 꼽히는 피치IBCA측은 26일 “한국이 추진한 1차 금융구조조정은 부실채권을 줄이지 못해 실패했다고 본다”며 “한국은 회계관행과 투명성이 더욱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업평가와 합작조인식을 위해 방한한 먼로 데이비스회장 일행은 이날 조인식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금융기관 부실정리에 나선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1차 금융구조조정은 개혁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차 금융구조조정이란 98년을 전후해 이뤄진 한빛은행 출범과 5개은행 퇴출,부실 종금사 및 신용금고 퇴출 등을 가리키는 것.

특히 간담회에 동석한 데이비드 마셜이사는 “최근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은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에게 만기연장(롤오버)을 해준 결과”라며 “채무자의 신용도를 충분히 파악하지 않은게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등 적지 않은 아시아국가들의 회계관행은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지 않고 있는게 문제”라며 “회계관행을 개선하라는 것은 압력이 아니라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에게 유리한 주문”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스회장 일행은 또 “과거 한국의 금융부문은 관치가 너무 심해 개혁도 정부가 주도해 부실채권을 줄이고 차입관행도 개선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한국에서 급신장하고 있는 (자산담보부증권(ABS) 등) 자산유동화시장은 정부 입김이 적어질수록 빨리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 겐이사는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는 해당 기업이 우량회사로 전환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시행한다면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예전과 같은 부실기업 지원이라면 유동성위기 해소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마셜이사는 “시중은행의 합병결정은 주주가 내려야 하지만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은행 대형화는 금융업을 튼튼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고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가는데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비스회장은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며 “수주일 이내에 피치의 공식발표가 나올 예정이므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피치는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에 각각 본사가 있고 1100여명의 평가인력으로 75개국을 담당하고 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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