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진영/"대안학교 연락처 좀…"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34분


취학 연령이 된 자녀들을 기존 학교에 보내지 않고 대안학교인 ‘산어린이학교’를 직접 건립해 가르치겠다는 학부모들의 기사가 나간 뒤 기자는 수백통의 E메일과 전화를 받았다.

대부분 “나도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싫다”면서 “그분들의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성모씨는 “우리나라 공교육이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고 지치게 하는지 자녀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이민을 가든지 해야겠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새 학년 담임이 누굴까 노심초사하는 못난 에미’라고 자신을 소개한 학부모는 “요즘 젊은 교사들은 맞벌이가 많아 촌지를 안 받지만 ‘당신한테 아쉬울 것 없다’는 식으로 학부모를 죄인(?) 취급하고 아이가 산만하다느니, 받아쓰기가 형편없다느니 하며 짜증내는 데 질렸다”고 푸념했다.

교육 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는 산어린이학교 학부모들을 격려하는 전화도 많았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강모씨는 “학교가 권위와 억압으로 가득 찬 채 무사안일로 버티고 있는 현실에서 산어린이학교의 개교는 한줄기 소나기처럼 상쾌한 소식”이라고 반겼다. “자식을 잘 가르치려는 노력을 정부가 방해해선 안 된다”며 미국 미네소타에서 보내온 편지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가 싫다고 사법처리를 감수하고 학교교육을 거부할 용기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대다수 부모들은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집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홈스쿨링은 ‘배운 것 많고 여유 있는 집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주 5일제 수업에 대해서는 전업주부조차 “집에서 아이를 어떻게 감당하라고…” 하며 부담스러워 한다.

학교가 붕괴된다고 야단이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낸다. ‘든든한 학교’ 울타리 안에서 아이의 미래를 찾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공교육에 달려 있다.

<이진영 이슈부>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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