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종태/대안 초등교도 수용하자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40분


교육계 일각에서 작지만 의미심장한 두 개의 파문이 일고 있다. 대안학교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간디중학교에 대한 경남도교육청의 해산 명령과 대안초등학교 설립 움직임에 대한 교육당국의 제재 움직임이다. 대안교육과 전통적 공교육 체제의 충돌인 셈인데 이는 90년대 중반 우리 사회에서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의무교육 시대적 요구 못따라▼

대안교육의 의미는 사람마다 달리 이해한다. 하지만 기존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잘못돼 있다는 문제의식만은 공통적이다. 이 문제의식의 내용에 따라 대안교육의 구체적 양상이 달라지는데, 20세기 후반에 특히 세계적인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은 종래의 학교교육이 지나치게 통제적이고 경쟁지향적이며 반자연적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안교육 실천가들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태도와 생태주의를 지향한다.

우리의 경우 여기에 더해 입시와 성적 위주의 비인간적인 학교 분위기, 획일화된 학교교육 체제에 대한 불신이 바탕이 돼 90년대 이후 대안교육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학교 밖에서 캠프나 주말 프로그램 정도로 시도되던 교육적 실험들이 점차 대안학교 설립운동으로 확대돼 현재는 정규학교인 특성화고교만도 11개나 있다.

그동안 이런 대안교육과 기존의 공교육체제 사이에 별다른 충돌 조짐은 없었다. 오히려 특성화고교의 등장은 중도탈락생 문제의 해결을 위한 양자의 적극적 협력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공생의 영역은 고교에 국한됐으며 대안교육이 의무교육 영역인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접근하자마자 공교육체제의 반발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파문과 관련해 의무교육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학문적으로 의무교육이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국가에 대한 국민의 의무다. 이는 독일 역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가가 제공하는 교육의 기회에 참여할 의무를 가리킨다. 다른 하나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의무다. 이는 프랑스 역사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육이 국민의 의무인 동시에 권리이기도 하다는 생각은 이런 양측면을 반영한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의무교육은 주로 전자의 의미로 이해돼 왔다. 즉, 의무교육은 자기의 자녀를 취학시키지 않는 부모에 대한 제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는 어린 자녀의 인권이나 미래의 삶을 국가가 보호한다는 측면과, 하나의 국가체제에 잘 적응된 국민을 기르려는 통제적 측면을 동시에 갖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미의 의무교육이 무한정 유효한 것인지에 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것은 부모에게 학교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 이상 설득하거나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가장 일반적인 의미에서도 그렇고, 또 요즈음 흔히 말하는 지식기반사회의 새로운 교육적 요구에 비춰서도 그렇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종래의 학교교육은 새로운 시대의 교육적 수요에 부응하기에는 매우 낙후된 체제로 평가돼 많은 국가에서 새로운 교육체제를 만들기 위한 교육개혁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교육의 다양화 개방화 등을 위한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해 왔으며 특성화고교나 자율학교 등의 제도는 그 일환이다.

▼실정법 내세운 억제 비교육적▼

이렇게 볼 때 의무교육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학교교육을 시도하는 움직임에 대해 교육당국은 좀 더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그들 움직임은 지난 수년간 교육부가 추구해온 교육개혁의 방향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더 무시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 사회에 상당한 수요가 있다는 점이다. 중학교 단계는 이미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특성화중학교 조항이 있어 정규학교로 인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초등학교는 아직 그런 조항이 없어 좀 더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홈스쿨링이 합법화되는 과정에 견줘 보면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다.

단지 실정법을 근거로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억제하려고만 한다면 시대착오적이며 반교육적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이 모든 판단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의 학교교육을 참으로 견디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종태(한국교육개발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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