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보료 안낸 의사 변호사

  • 입력 2001년 2월 27일 19시 33분


병의원, 변호사사무실, 세무사사무실 등 5인 이상이 근무하는 전문직 사업장 중 2187곳이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연간 1억원 이상을 버는 자영업자 1156명도 보험료를 한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1998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자료에서 밝혀진 이런 사실들은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직장인이나 지역보험가입자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보험료를 더 많이 부담해도 될 사람들이 오히려 공짜로 보험혜택을 받고 있는 꼴이니 말이다.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장이 2만 곳이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놀랍지만 병원이나 변호사사무실 등 전문직 사업장에서 법규를 위반하고 근로자 복지를 외면해 왔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수준이 한심스럽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근로자가 5인 이상이면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근로자의 보험료 중 50%를 사업주가 부담하게 돼 있는 규정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사업장은 의무 규정을 피하려고 근로자를 4인 이하로 신고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고소득자의 건강보험법 악용도 답답한 일이다. 500만원 이상의 종합소득을 신고하고도 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70만명이라는 것도 그렇지만 억대의 고소득자가 거리낌없이 보험에 무임승차했다면 보험의 뜻이 실종된 게 아닌가. 특히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적발된 의원 846곳 중 133곳의 원장이 배우자 등의 명의로 가입한 보험의 피부양자로 혜택을 받았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서인 서재희(徐載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의 경우도 비슷한 사례일 것이다. 의사인 서 원장은 엊그제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지난해 7월 원장으로 임용되기 직전까지 11년이나 보험료를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경제난 취업난 등으로 서민의 생활은 어려운 판인데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져야 할 보험료 부담 의무를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것은 사회적 갈등의 한 요인이 된다. 또한 고소득 자영업자를 포함한 70만명이 내지 않은 건강보험료는 연간 15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니 건강보험재정에도 큰 타격을 준 것이다.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보험 미가입 사업장과 보험료를 내지 않은 자영업자들로부터 그동안 내지 않은 보험료까지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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