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은 ‘72년 (미 소간에)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제한조약이 전략적 안정의 초석’임에 동의하고 ‘이를 보존하고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ABM조약의 개정을 통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부시행정부를 견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부 당국자는 “러시아측은 NMD 구축 반대를 시사하는 표현을 담길 바랐지만 우리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찬성하고 합의하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ABM의 ‘보존’은 NMD에 반대하는 러시아나 중국이 선호하는 표현이며, ‘강화’는 이 조약의 발전적 개정을 주장하는 미국이 요구해온 단어”라며 “두 단어의 병기는 양측 타협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제관계의 중심 메커니즘으로서 유엔의 지도적 역할을 재확인’한 것이나 99년 10월 미 상원이 비준을 거부한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기발효가 중요하다는데 주목’했다는 대목도 부시정부의 ‘귀’가 간지러울 만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구소련 몰락으로 유일강국으로 남게된 미국이 세계의 패권적 지위를 추구하는 것을 우려해 유엔의 역할을 특히 강조해 왔다.
또 미 의회의 CTBT 비준 거부는 범세계적 핵확산방지와 군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조치로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프랑스 등 서방국가의 비난을 샀었다.
한편 공동성명에 ‘94년 북―미 제네바합의가 충실히 이행돼 나가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최근 부시정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 합의의 개정 움직임에 대한 사전예방적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된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