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채권단이 현대건설 처리방침을 발표한다고 하자 나온 금융시장의 첫 반응이었다.
현대건설 문제가 금융시장에서 관심을 끌만큼 현안으로 부각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늘 특별한 내용이 있나요?" (기자)
"이전에 나온 내용과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저희는 별로 할 생각이 없는데 (정부에서) 자꾸 발표하라고 그러네요." (채권단)
"이유가 뭡니까?"
"다 알잖아요. 2월말까지 4대 개혁을 완료하기로 했잖습니까." (채권단)
이 관계자는 정부의 행태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실제 이날 발표한 자구내용 미흡시 출자전환 방침 은 지난해부터 나온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당연히 기자회견중에도 기자들의 관심은 발표내용보다는 발표배경을 더 따지고 물었지만 끝내 시원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신한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의 합병 추진발표가 26일 동시에 터져나온 것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합병 사실을 숨기려했던 적은 있었어도 스스로 합병 추진사실을 공식 발표한 사례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고위관계자는 "시장에서 합병 얘기가 도니까 (정부에서) 가급적 빨리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연락이 왔었다" 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가에서는 정부의 최근 움직임과 관련, '3월2일 예정된 김대중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 개혁을 완성하는 모양을 갖추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4대부문 개혁완료 를 선언하기 위한 모양갖추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정부는 IMF위기 이후 개혁과 관련, 항상 언제까지 끝내겠다 는 식의 약속을 했다.
그러나 개혁이 시한 맞추기식 으로 이룰 수 있는 성격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행사를 앞두고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는 그런 일은 더더욱 아니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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