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애 이름을 직접 지은 뒤 주위에서 ‘부르기 쉽고 영어로 적기도 편한 이름’이란 칭찬을 듣고 자부심을 느꼈던 그였다. 하지만 두번째는 아무래도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안 가면 10년 뒤에나 갈 수 있어. 그 남자는 안돼. 네살 많고 키가 178㎝이상이나 158㎝이하인 사람이 인연이야.”
칠순 남짓한 ‘철학자 선생님’이 돋보기 너머로 어느 여성의 결혼운을 상담해주고 있었다.
“작명이라고? 이리 와서 연월일시부터 말해보슈.”
입구쪽에 앉아 있던 ‘보조 할아버지’가 김씨를 붙잡고 운을 뗐다. ‘딸은 10만원, 아들은 13만원’이란 가격 차이는 따져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어허 그렇지, 좋아. 사주가 기가 막히는구만.”
갑작스러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김씨에게 ‘보조 할아버지’가 손을 내밀었다.
“사주가 좋다잖아. 빨리 1만원 더 내.”
<김경달기자>d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