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추천게임] 아메리칸 맥기의 엘리스

  • 입력 2001년 2월 28일 20시 18분


'아메리칸 맥기스 엘리스'(이하 엘리스)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모태로 삼은 게임이다. 판타지 세계와 동심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기괴한 세계관과 파괴본능을 자극하는 '폴리곤 덩어리 엘리스'로 재조명한 이 게임은 충격적인 스토리와 아름다운(?) 화면으로 발매 전부터 게이머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퀘이크Ⅲ'엔진을 사용해 풀 3D를 구현한 '엘리스'는 '하트의 여왕' 때문에 부모를 잃고 정신병원에 감금돼 있던 '엘리스'가 '하트의 여왕'의 폭정으로 고통받고 있는 '원더랜드'로 다시금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원더랜드'의 평화와 자신의 복수를 위해 '하트의 여왕'을 물리칠 결심을 한 '엘리스'는 여왕과의 대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자바워크의 지팡이'를 찾아서 여행을 떠나는데 표범처럼 생긴 고양이와 피를 흘리는 토끼 등의 도움을 받아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액션'의 재미와 '어드벤처'의 장점이 잘 어우러진 '엘리스'는 종전의 1인칭 액션게임과 달리 싸우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뛰고 잡고 그리고 올라가는 이동형 액션게임이다. 그러다 보니 강을 건너거나 계곡을 건널 때 플레이어는 긴장하기 마련이다.

이동형 액션에 초점을 맞춘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실수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설정돼 게이머를 질리게 만든다. 그러나 '엘리스'는 언제 어디서라도 세이브가 가능하다. 게임의 난이도가 낮아진다는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했다.

그렇다고 전투가 부실하다는 것은 아니다. '퀘이크'처럼 카드 병사가 쏘는 카드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싸우는 것도 재미있고 '바이오해저드'처럼 식칼을 들고 칼의 연사속도와 상대방의 거리를 생각하면서 싸우는 것도 나름대로 신선하다.

사용할 수 있는 무기도 식칼에서부터 시간을 멈추는 시계까지 다양하다. 마치 '록맨'에서처럼 어떤 보스는 어떤 무기에 약하다는 상극관계를 고려해 싸우는 것도 재미있다.

전투의 난이도 역시 낮지 않아서 무턱대고 진행에만 힘쓰면 게임오버 되기 쉽다. 이동형 액션이 강조된 게임이어서 맞아 죽기보다는 떨어져 죽는 일이 많다.

'엘리스'는 '어드벤쳐'가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퍼즐도 존재한다. 그러나 '툼레이더스'나 '월화무환담'처럼 복잡하고 꼬여있는 퍼즐이 아니다. 영어를 몰라도 단순한 연상만으로 풀리는, 즐길 수 있는 퍼즐이다.

기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캐릭터를 엽기적 시각으로 재조명한 모습은 흥미롭고 게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피묻은 치마를 입고 식칼을 든, 살인마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는 엘리스와 좀비처럼 생긴 토끼, 표범 같은 고양이 등등 원작의 소재들을 기발하게 사용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 더구나 엽기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중간 중간의 이벤트들은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다.

'퀘이크Ⅲ'엔진을 사용한 덕에 게임의 배경인 환상의 세계 '원더랜드'를 잘 묘사했다. 날아다니는 문, 춤추는 시계 같은 것들은 '원더랜드'란 곳이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캐릭터들의 묘사가 거칠어 배경과 부조화를 이루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더구나 'Open GL'을 기반으로 해서 3D를 구현한 탓에 좋은 성능의 PC에서는 부드럽고 깔끔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게임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1024*768정도의 고해상도를 지원받으려면 최신 그래픽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엘리스'는 평범하지 않는 세계관과 설정이 백미다. '블랙 매트릭스'처럼 선악의 개념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무언가 심오한 질문을 던지지는 않지만 게임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라는 걸 충분히 보여준다. 약간 어려운 조작감을 가지고 있지만 PC게임에 익숙하다면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1인칭 액션게임이 식상하다고 얘기하는 게이머에게 '엘리스'를 권하고 싶다.

강용구<동아닷컴 객원 기자> kyky@thru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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