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영재의 월가리포트]'시애틀 4인방'과 지진

  • 입력 2001년 3월 1일 18시 22분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곳 중의 하나가 시애틀이다. 미 북동부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도시 시애틀하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로맨틱 코미디가 생각날 것이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스타벅스 또는 시애틀즈 베스트를, IT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소프트웨어의 공룡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나 닷컴 기업의 선두주자인 아마존닷컴이 떠오를 것이다. 또는 반세계화 연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지난 99년 WTO회의 반대 시위로 반세계화 투쟁의 물꼬를 튼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이곳에서 지난 2월 28일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했다고 해서 긴급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진이 발생한 날 시애틀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주가도 하락세를 보여 지진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의아해하게 한다.

시애틀의 대표 기업을 꼽는다면 뭐니뭐니 해도 전통의 항공산업의 강자 보잉사를 들 수 있다. 아무리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친 영향이 크다고 해도 세계 최대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보잉사가 지역경제 미친 영향을 따라오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시애틀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인 빌 게이츠의 고향이자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소재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는 시애틀 근교인 레드먼드에 소재하고 있지만 시애틀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대표하는 지역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다른 IT업계의 기린아 제프 베조스가 시애틀 창고에서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을 일군 것은 유명한 일화다.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다우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이고 스타벅스와 아마존닷컴은 나스닥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이들 시애틀 4인방이 지진이 발생한 날 일거에 하락세를 보였다.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사 그리고 스타벅스는 소폭 하락에 그쳤지만 아마존닷컴과 같은 경우 무려 13%나 급락하고 말았다. 물론 강진이라고는 하지만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리는 만무하다. 그보다는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무산된 것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시애틀의 강진 이후 이들 기업을 한 묶음으로 여겨 이들 주가 동향에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과장)

myj@samsung.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