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MD 정책등 철저 분석을▼
현재 부시 대통령은 군사문제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대선 공약에 따라 새로운 국방전략을 준비중이다. 이 전략은 공교롭게도 미국 역사상 가장 빛나는 외교업적으로 평가받는 마셜 플랜(Marsh―all Plan)과 같은 애칭으로 통용된다.
원래 20세기 마셜 플랜은 경제전략으로 미국이 1947∼51년 유럽 16개국에 114억 달러를 지원한 유럽부흥계획이다. 이 계획은 해리 트루먼 내각의 핵심 두뇌들의 공동 작품이지만 조지 마셜 당시 국무장관이 1947년 하버드대에서 처음 발표해 ‘마셜 플랜’이란 명칭을 얻었다. 마셜 플랜은 2차 대전으로 폐허가 된 유럽을 재건하고 공산세력의 서유럽 침투를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21세기 마셜 플랜은 국방전략이다. 그 주인공은 향년 79세의 국방부 현역인 앤드루 마셜이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 시절 국방부에 들어가 반세기 동안 6명의 대통령을 모셨다. 옛 소련의 해체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한 핵미사일 전략전문가이기도 하다.
21세기 마셜 플랜의 무게 중심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했다. 유럽은 동구권 해체와 러시아의 약화로 위험 1순위가 아니며,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견제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시각이다. 중국과 인도는 광대한 영토와 핵무기, 미사일을 모두 보유한 아시아의 군사강국이다.
중국은 세계 5대 핵무기 보유국 중 유일한 아시아 국가이며, 인도는 파키스탄과 경쟁하며 핵무기와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태평양 인도양 벵골만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를 점하고 있다. 이들이 중동 산유국과 제휴하거나 동맹을 맺어 팽창할 경우 세계질서는 급격히 교란될 수 있다.
군 구조 재편은 첨단과학기술의 발달을 고려해 무기의 효율성과 군의 기동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격면에서는 항공모함과 탱크보다는 미사일을 싣고 신속하게 이동하는 바지선과 잠수함을 선호한다. 방어면에서는 주력 전투기보다는 장단거리 미사일과 NMD로 나아가고 있다. NMD는 공격수단이 아니라 방어수단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를 설득할 명분을 찾을 것이다. 전체 계획의 기저는 앤드루 마셜의 전공 분야인 핵무기와 미사일 통제 중심으로 흐르고 불량국가 대열에 올라있는 북한도 주요 관리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한국 국방부는 7월부터 내년까지 10조원 이상이 소요되는 4개의 대형 군전력 증강사업을 한꺼번에 시행할 예정이다. 이들 사업의 합법적인 커미션만도 3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돼 역대 정권에서 불거졌던 대형비리의 재발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국방부 안팎에서는 사업의 근본적인 필요성과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NMD에 대한 공식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산발적인 발언과 성명으로 국제사회의 논쟁에 휘말리고, 한 정권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군전력사업을 대거 추진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수십 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국방전략이다. 그런 계획을 바탕으로 할 때 크고 작은 안보노선은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 무기구매에 대한 정치논리 개입이나 불투명한 선정 절차의 문제도 걸러질 수 있다.
▼軍 전력증강사업 투명하게▼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가 언명한 ‘안보는 산소다’라는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안보는 곁에 있을 때는 중요성을 잊기 쉽지만 사라지고 나면 생존마저 불가능하게 된다. 남북대화가 진행될수록 국가안보는 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변모하는 국제 정세를 냉철하게 분석해 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한국판 21세기 마셜 플랜’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김 정 원(세종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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