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번개작전’.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2, 3일 만에 끝내는 초단기 주가조작이다.
최근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이같은 ‘치고 빠지기식’ 주가조작이 급속히 번지고 있지만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단기 작전세력을 적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아직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
이 때문에 투자자의 피해는 날로 확산될 조짐이다.
▽번개작전이란〓단기 작전세력은 한 종목을 정해 1, 2개 증권사의 창구를 통해 이틀 정도 ‘사자’에 나선다.
이들은 ‘사설펀드’ 등의 형태로 5억∼10억원 정도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종목을 이틀 연속 상한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
3일째 작전세력은 ‘가짜 사자주문(허수주문)’을 대량으로 낸다. 일반투자자들이 상한가가 지속될 것으로 잘못 판단해 투자에 뛰어들도록 유도하는 것.
이어 마감 동시호가 때 이미 사놓은 주식을 매도한다. 상한가 매수주문을 낸 일반투자자들이 매도물량을 받아가 ‘먹이’가 된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초 경인전자의 주가움직임은 급속히 올랐다 떨어지는 패턴을 보였다.
경인전자 주가는 11월 1, 2일에 연속 상한가를 이어갔다. 거래량은 3만∼4만여주에 그쳤다. 3일에도 주가는 상한가를 달렸다. 이날 거래량은 8만9350주였다.
그런데 3일 마감 동시호가 때 이중 5만1970주가 체결됐다. 주된 매도창구는 삼성증권(3만9830주)과 대우증권(2만910주)이었다. 작전세력이 이틀 전부터 사들인 물량을 이때 일시에 처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력이 빠져나간 다음날(4일) 주가는 하한가로 곤두박질했다.
▽당국은 헛기침만〓거래소와 증권업협회 감리부는 지금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고전적인 작전’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 경우에는 작전에 가담하는 인원도 많아 적발 역시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같은 감리방식은 번개작전에는 속수무책이다. 거래소가 ‘소수지점 매매집중종목’을 공시하고 있지만 10일에 걸쳐 조사하다보니 단기 작전을 걸러낼 수가 없는 형편이다.
게다가 사이버거래가 급증하고 데이트레이더가 늘어나면서 단기적인 주가움직임을 보고 ‘추격매수’하는 투자자가 많아 피해는 커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단기 작전을 간파하고 피해 가는 데이트레이더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피해방지 대처요령〓단기 작전세력이 좋아하는 대상은 비교적 재무구조가 우량하고 발행주식수가 100만주 이하인 중소형 종목이다. 이런 종목은 주가가 상한가로 치솟아도 매도물량이 많이 나오지 않아 자금이 크게 들지 않는다.
따라서 특별한 호재가 없는데도 상한가를 기록하고 상한가 매수잔량도 많은 종목은 일단 조심해야 한다.
또 특정 증권사 창구로 매수물량이 집중되는 종목도 의심할 만하다. 당일 거래량의 30∼50% 정도가 한 증권사에 집중됐다면 작전세력이 있다고 봐도 된다.
데이트레이더라면 오전 8시 동시호가 매수잔량을 살핀 뒤 오전 9시 개장에 가까워지면서 잔량증가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매수 총잔량 증가율이 매도 총잔량보다 낮은 종목은 추격매수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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