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의 팔엑스포 전시장에서 1일 개막해 11일까지 계속되는 제71회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는 자동차분야의 첨단 기술과 디자인이 모두 모였다. 전세계 40여개국 1000여개 브랜드로 발표된 각종 신차와 미래형 컨셉트카는 향후 유럽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그려볼 수 있게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두드러진 유럽 자동차의 특징은 차종간 결합개념의 ‘퓨전’과 ‘모던화’. 대형차의 경우에도 클래식한 스타일을 벗었다. 고급스럽지만 관습에는 얽매이지 않는 21세기 인간형 ‘보보스(BoBos·보헤미안적 부르주아)’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의 소형화, 개인주의화를 대변하듯 컨셉트카에선 2인용 쿠페 디자인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스타일의 ‘퓨전’〓전통적 세단형은 크게 줄고 있다. 서유럽 자동차시장의 경우 1995년엔 세단형의 비율이 62.9%를 차지했으나 2000년엔 49.4%로 감소했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프랑스의 르노는 최고급 승용차인 ‘벨 사티스’를 과거 고급차의 전형인 3각 박스형의 세단에서 과감히 탈피시켰다. 차체 후미의 디자인을 RV나 쿠페형으로 만든 것. 루이 슈웨체르회장은 신차 발표에서 “고급차이면서도 젠체하지 않는 차”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3500㏄, V6엔진을 달아 시판에 들어간다.
혼다의 ‘모델 X’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픽업 트럭을 섞어놓은 듯하며 후드와 도어는 좀체 사용되지 않는 오렌지색으로 따뜻한 느낌을 줬다.
▽디젤엔진의 증가〓서유럽시장의 특징에 따라 디젤엔진 차량도 대폭 선보였다. 2000년말 디젤엔진의 비율은 약 40%로 지난 10년간 20%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그동안 디젤 엔진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소음을 줄이는 등 성능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BMW도 성공적인 스포츠 액티비티카(SAV)인 X5에 디젤엔진을 장착한 ‘X5 3.0d’를 출품, SAV의 모든 장점과 디젤의 파워를 결합시켰다. 아우디도 연료소비를 줄일 수 있는 디젤엔진의 ‘A2에코’를 내놓았다.
▽최첨단 기술〓포드의 일본 내 자회사인 마쓰다는 컨셉트카로 ‘MX스포츠투어러’를 내놓았다. 4륜 구동의 스포츠카가 스위치 하나로 전기차로 바뀌는 첨단 기술의 하이브리드카다.
BMW는 고급 호화 리무진인 ‘BMW L7’에 운행 중에도 볼 수 있는 DVD와 비디오, 그리고 화상회의 음성인식시스템 등을 장착했다. GM도 음성으로 작동되는 파워엔진의 컨셉트카 ‘뷰익 뱅칼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전륜 방식으로 3.4L 엔진은 250마력을 뿜어낸다.
▽한국차의 진출〓국내에선 현대 기아 대우차가 참여, 24개 차종을 선보이면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는 고급 SUV인 ‘테라칸’를 선보였다. 99년 서울 모터쇼에서 컨셉트카 ‘하이랜드’를 기초로 34개월 동안 총 3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것. 현대는 올해 해외 판매 목표인 6만5000대 중 3만대를 유럽시장에 팔 계획이다. 기아차는 ‘리오’와 ‘카니발Ⅱ’의 판촉을 강화한다.
대우차는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등 양산차 8대와 컨셉트카 칼로스를 출품했으며 이번 모터쇼를 통해 유럽에 미니밴 ‘레조(수출명 타쿠마)’를 공식 선보였다. 마티즈가 98년 이후 큰 성공을 거둔 만큼 ‘2세대’ 버전을 통해 유럽시장의 재공략에 나선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