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융기관의 해외매각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는 살 만한 기업이나 투자자가 없어 외국 자본에 사달라고 매물로 내놓았으나 값만 후려치는 경우가 많다. 뉴브리지라는 외국회사에 팔린 제일은행도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정부는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이들 금융기관의 공개매각을 서두르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 특히 구조조정의 성패를 좌우할 부실금융기관 및 기업의 대형인수합병(M&A)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매물로 나온 주요 금융기관의 매각진척상황을 점검한다.
상반기 중 해외매각이 목표다. 매각책임을 맡고 있는 강정원 행장은 “2월 홍콩 미국에서 가진 투자설명회에서 해외투자자들의 반응이 좋았고 4월초부터 몇몇 원매자가 실사를 하기 위해 방한할 것”이라며 “6월말까지 지분 51% 이상을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일은행처럼 시한을 정해놓고 매각할 경우 협상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상반기 중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지주회사에 편입시킨다는 방침이다.
3월부터 다시 매각절차가 시작된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현대 한일 삼신생명은 대한생명에 자산부채양도(P&A) 방식으로 넘어가 함께 팔린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곳은 한화그룹. 이미 퇴출된 한화종금의 대주주였다는 게 걸림돌이나 한화측은 책임을 다했다고 설명한다. 정부가 발행하는 5년만기 증권금융채권 1300억원을 실세금리보다 훨씬 낮게 인수하는 방식으로 공적자금으로 받은 것을 정부에 돌려줬다는 것.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를 위해 이미 일본 오릭스그룹, 미국의 대형생보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1조5000억∼1조6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AIG그룹과 메트라이프도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미국의 AIG는 자신들이 1조100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 부실(잠재부실 포함)을 정부가 증자형태로 메우는 공동출자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경영권 행사에 필요한 지분 51%를 자신들이 갖는 조건이다.
▼주요 금융기관 매각 진척상황▼
회사명 | 진행상황 | 현재상태 |
서울은행 | ―HSBC와의 협상결렬후 도이체방크에 위탁경영 ―경영정상화후 매각 방침으로 공적자금 투입 | ―서울은행 자체적으로 해외매각 추진, 상반기중 MOU 교환목표 |
대한생명 | ―1, 2차 국내외매각 실패후 공적자금 투입 ―경영정상화 및 조기매각 병행 | ―3월부터 3차 공개매각절차 진행 및 공적자금 1조5000억원 투입 |
현대투신 | ―미국 AIG그룹이 실사후 정부증자 참여 요청 ―2월말까지 가시적인 성과 도출 | ―협상시한을 9월말로 연장 |
대우증권 | ―산업은행 인수후 주인찾아주기 시도 | ―산업은행 지분전량매각에서 외자유치로 방침 전환 |
그러나 정부는 협상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당초 2월말로 예정됐던 부실금융기관 지정 및 연계콜(고객이 맡긴 신탁재산에서 일시 차입한 자금) 상환시한을 9월말로 연장해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했다. 현대투신의 작년 말 현재 자기자본은 ―1조2771억원.
회사측은 2월에 현대그룹 계열사가 담보로 제공한 상장, 비상장 주식(약 2400억원)을 현물출자했다. 하지만 AIG와 정부의 견해차이가 너무 커 앞으로의 협상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대주주(25%)인 산업은행이 투자은행(Investment Bank)으로 도약하겠다며 대우증권의 주인역할을 고집하고 있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대우증권 지분을 전량 매각할 계획은 없으며 다만 JP모건을 주간사로 외자유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자본을 유치해도 2대주주로 참여시키는 것이지 최대주주로서의 경영권 양도는 안된다는 것. 경영권을 요구하는 외국금융기관의 협상이 모두 불발로 끝났다.대우증권은 현재 순이익 규모(1465억원)가 삼성증권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산업은행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매각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홍찬선·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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