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선택/부단 세금 거부는 납세자 권리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55분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에는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할 납세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납세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납세자의 권리란 우선 부당한 세금에 대해 법적 절차를 거쳐 납부하지 않을 권리다. 둘째는 국가에 대해 세금을 공평하게 거둘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셋째는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감시할 권리다.

부당한 세금에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세법에 의해 부과된 세금’과 ‘잘못된 기본통칙과 예규(유권해석)에 따라 부과된 세금’이 있다. 통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12년 동안 내린 186건의 위헌판결 조문 중 51건이 세법 조항에 관한 것이다.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세금부과에 대해서는 세금고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불복청구를 해야만 세금을 돌려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는 납세자는 얼마 안된다. 택지초과 부담금에 대한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관련된 6만여 납세자들은 자신의 권리구제를 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무려 1조4000억원의 세금을 돌려 받지 못했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심리중인 자동차세를 보자. H사의 90년식 중형승용차를 타는 김모씨는 지난해 차값(74만원)의 63.1%에 해당하는 46만7000원을 자동차세로 냈다. 최근 같은 배기량의 새차를 구입한 박모씨도 똑같은 금액(차값 1173만원의 3.9%)의 세금을 냈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 세금인가.

자동차세는 재산세다. 재산세란 재산을 보유한 사람에 대해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이다. 같은 재산가치를 가진 과세대상이라면 응당 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 따라서 재산가치가 다른 과세대상에 똑같은 세금을 물린 행정자치부는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야 한다는 조세평등원칙을 어긴 셈이다.

이처럼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세금이 24년 동안이나 유지된 데는 납세자가 세금불복권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행사하지 않은 탓도 크다. 서구 민주주의의 본격적인 발현은 봉건적 국가권력의 자의적 징세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처럼 국민의 재산권을 법으로 보호해야 할 입법부가 무능하고 행정부는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진 나라의 국민은 자의적 징세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주의의 위기인 셈이다.

따라서 부당한 세금에 대한 불복운동은 납세자의 권리이자 동시에 국가의 자의적 징세를 막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납세자의 의무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권리찾기 운동의 일환인 ‘잘못된 세금에 대한 불복운동’은 납세자가 국가로부터 대접받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세금이 적다고, 번거롭다고 납세자의 권리를 포기하면 국가는 국민을 만만하게 보고 더 많은 세금을 자의적으로 거두게 된다.

납세자들도 이제 달라져야 한다. 세금 한푼 한푼에 쏟은 우리의 땀과 희생에 대해 국가가 경외심을 갖도록 감시하고 질타하는 것은 납세자들이다. 한국납세자연맹(http://www.koreatax.org)에 접속하라. 그리고, 부당한 세금엔 불복하라. 그것이 납세자 당신의 권리이자 의무다.

김선택(한국납세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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