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문화테러

  • 입력 2001년 3월 4일 18시 55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일부 평원지역인 간다라. 인더스강 지류인 카불강 하류에 위치한 이 지역은 기원전후에서 5세기경까지 불교문명이 찬란하게 꽃핀 곳이다. 불교미술은 원래 기원전 3세기 인도에서 처음 시작됐지만 불상은 몇 세기가 흐른 후 간다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불교가 생긴 후 보리수 등으로 상징적으로 표현돼 오던 불타의 모습은 그때부터 비로소 인간적인 모습을 띠게 된다.

▷간다라 불상은 눈언저리가 깊고 콧대가 우뚝한 데다 생김새가 인간적이고 개성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125㎞ 떨어진 바미안의 사암(沙巖)절벽에 새겨진 높이 53m, 37m짜리 두 석불. 53m짜리는 세계 최대 석불이다. 기원전 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두 석불은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인류의 사랑을 받아온 불상이다.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신은 유일하다’는 이슬람 율법에 배치된다며 이 지역의 불상과 불화들에 대한 대대적인 파괴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작업에는 폭탄과 로켓포 중화기 등이 무차별적으로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탈레반 정권은 이미 3분의 2를 파괴했고 5일까지 작업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규탄과 파괴 중단 호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인 것만 같다. 세계는 이들의 반인류적인 문화테러를 충격과 비탄 속에서 지켜보고 있다.

▷비록 아프간처럼 국가나 정권이 나서는 경우는 아니지만 우리의 종교문화재들도 많은 수난을 겪고 있다. 여러 사찰에서 불상 등 각종 불교 유물이 도난 당하고 있고 여기저기에 마구 나뒹굴고 있는 경우까지 있다. 어느 사찰에서는 주변 공장에서 발파작업이 계속되면서 불상이 안치된 벽면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단군상 등 자신과 다른 종교의 상징물을 훼손하고 방화까지 하는 광신도들도 있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종교적 배타주의나 눈앞의 경제적 이익, 문화에 대한 무지로 이 같은 문화테러가 계속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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