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룹 H.O.T.콘서트에 갔던 딸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밤늦게 들어왔다. 콘서트 장면을 자동카메라로 찍는 순간 공연기획사 직원이라는 청년들이 카메라를 낚아채 안에 들어있던 필름을 빼앗아 갔다는 것이다. 그 필름에는 최근 딸아이의 중학교 졸업식을 비롯해 가족이 함께 등산가서 설경을 배경으로 찍은 모습 등 집안의 중요한 행사가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는데 그것을 모두 빼앗다니 이만 저만한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공연 모습을 담은 필름을 돌려줄 수 없다면 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필름이라도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한달 전부터 콘서트에 가려고 손꼽아 기다렸던 딸아이가 콘서트에 다녀온 뒤 좋지 않은 기억을 갖게 된 것 같아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