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병무청, 논란많은 해외파 연예인 '병역의무' 부과

10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Y씨(25). 95년 국외로 이주해 영주권을 얻었다는 사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한 이래 국내에서 연예계 활동을 계속하며 연간 억대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병역법 시행령에는 외국영주권 취득 등의 사유로 병역연기 처분을 받은 사람은 국내에서 1년 이상 체류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Y씨는 96년 이후 30여 차례 입국과 출국을 반복하며 국내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이와 함께 Y씨는 98년 3월 2년제 K대학에 입학했다. 이른바 ‘모국 수학생’으로 학적을 유지하며 졸업 후 1년 이내에만 출국하면 병역의무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K대 학칙에 따르면 졸업을 위해 2년동안 80학점을 취득해야 되지만 Y씨는 2000년 2월까지 67학점만 취득, 졸업을 연기했다. 모국 수학생이라는 ‘보호막’을 통해 국내 체제기간을 연장한 셈이다.

인기 가요그룹 멤버인 A씨(23)도 90년 국외 이주한 뒤 전 가족이 영주권을 얻어 병역이 면제된 상태. 그러나 현행 법규상 국외영주권 취득을 사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사람도 국내에서 1년 이상 체류할 경우 면제처분을 취소하고 병역의무를 부과하게 돼있다.

96년 국내활동을 시작한 A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97년 3월 D대학에 입학해 학적을 유지하면서 연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D대학 학칙에 따르면 졸업을 위해선 140학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지만 A씨는 97∼99년 3년간 110학점을 신청해 70학점만 취득했다. 총 45개 과목 중 17개 과목을 낙제, 재수강해야 하는 등 학업에는 거의 뜻이 없어 보인다.

이른바 ‘해외파’ 연예인이 군 입대를 하지 않고 계속적인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교묘한 방법으로 현행 법령의 맹점을 찾아내 악용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처럼 외국 영주권을 갖고 국내에서 활동중인 연예인은 가수 탤런트 모델 등 100여명에 달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장영달(張永達·민주당)의원이 4일 관련 기관들을 통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수 L씨(29), J씨(32), G그룹의 S씨(23), J그룹의 N씨(29), K씨(30) 등도 국외 이주 등을 사유로 입영을 연기하거나 병역을 면제받은 상태에서 국내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최근 5년간 출입국 현황자료을 살펴보면,

△A씨가 45회 △N씨 44회 △Y씨 30회 △K씨 28회 △S씨 23회 △L씨 22회 △J씨 11회 등으로 빈번히 입국과 출국을 번갈아 하면서 체류기간을 늘려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빈번한 출입국은 국내에서 1년, 국외에서 6개월을 번갈아 체류하면 병역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 영주권을 악용한 연예인들의 병역기피는 이달 말 병역법 시행령이 개정되면 더 이상 병역을 기피하면서 국내활동을 계속할 수는 없게 될 전망이다. 병무청은 외국 영주권자가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할 경우 예외없이 병역의무를 부과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연예인을 비롯해 국내에서 영리활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선 체류기간을 불문하고 △연간 1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얻거나 △계속적인 고용계약 관계를 유지하는 자 △사업자등록을 통해 영업활동을 하는 자에 대해선 병역의무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