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기술적 반등’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올 들어 낙폭이 가장 컸던 통신주(4.5% 상승)와 1월말의 고점에서 가장 많이 떨어진 전기전자주(2.43%)가 오름세를 주도한 점이 정황증거. 두 업종의 지수견인 효과는 1.42%. 종합주가지수가 0.86% 올랐으므로 나머지 업종은 0.5% 가량 떨어진 것이 된다.
2일 주가지수의 단기추세 이탈 이후 증시의 앞날은 어두워졌다. 99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장기 하락추세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넓은 시야로 보면 힘을 잃고 있는3월장세가 이상한 게 아니라 느닷없이 용솟음쳤던 1월장이 예외적이라는 지적.
따지고 보면 증시 환경은 연초에 비해 크게 악화됐다. 투자자들을 들뜨게 했던 정부의 강력한 증시부양 의지는 2조원 가량의 연기금 동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현대그룹 유동성위기가 용케 봉합되면서 잠복됐던 시장리스크는 ‘상시퇴출제도’의 시행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터진 고려산업개발의 부도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해외변수로는 작년에 일단락된 것으로 믿어졌던 정보통신(IT)주 거품 해소과정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 금융불안의 파장이 외환시장을 통해 서서히 밀려들어올 기세다.
무엇보다 증시에 불리한 환경변화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앨런 그린스펀의 정책 실기(失期) 논란과 어우러지면서 점점 커지는 가운데 연초의 유동성장세를 낳은 배경인 국내 주식의 상대적 낙폭과대가 해소돼가고 있다는 점. 작년에 각각 45.6%(종합주가지수), 71.9%(코스닥지수)로 주가하락폭이 세계에서 가장 컸던 국내 주식은 올 들어 급등하면서 ‘싸다’는 이점이 사라졌다. 작년 이후로 따지면 종합주가지수는 이제 나스닥지수(48.7% 하락)보다는 덜 빠진 셈.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도 35.2%로 하락률 수위 다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비관할 것까지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 많은 투자자들이 ‘설마 주가가 여기서 더 떨어지겠느냐’하고 나오는 이상 주가를 받치는 힘이 예상외로 강할 것이라는 얘기다. 희망의 근거는 첫째, 유례 없는 저금리 상황에서 이제 막 부동산시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한 시중 여유자금들이 증시로 들어올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둘째, 경기가 몇 달 내에 바닥을 찍을 것이고 주가는 경기보다 바닥이 몇 달 빨리 오기 때문에 쉽게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점.
미국 경기, 시중자금 흐름 등 국내증시에 영향력이 큰 대형변수들이 ‘진행형’이므로 현재로선 지나친 비관도 낙관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권고다.
동원경제연구소 강성모투자전략팀장은 “중요한 분기점들이 많이 다가올 것이므로 당분간 손을 빼는 게 안전하다”면서도 “IT거품 해소와 동시에 구경제 주식의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가치주 중심의 종목별 접근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폭넓은 박스권에서 움직이면서 서너번은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며 “단기대응에 치중하되 하락추세로의 회귀가 굳어지기 전에 빠져나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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