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형근의음악뒤집기]에미넴과 DJ DOC의 삼류철학

  • 입력 2001년 3월 6일 10시 11분


제 43회 그래미 시상식과 관련해 가장 많은 화제를 몰고 다닌 장본인은 바로 에미넴(사진) 이었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랩 앨범을 비롯해 3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뿐 아니라 강간, 살인, 폭력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과 욕설로 가득찬 음악은 이미 빌보드 차트를 정복한지 오래이다.

뿐만 아니라 스파이스 걸스, 크리스티나 아퀼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음악을 'Bull Shit' 이라고 비웃었고 'Anger Management Tour' 에서는 미국 최대의 반항아인 림프 비즈킷과의 합동공연을 성황리에 마침으로서 비롯해 2000년 최대의 이슈메이커로 등장했다.

흑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힙합 음악계에서 이제 에미넴을 따라 다니는 '백인'이라는 꼬리표는 무의미하다. '어딜가도 날 백인이라고 무시했어, 하지만 나는 그들(흑인)처럼 달동네에서 어렵게 자랐고, 그들처럼 훔치며, 사람들 패면서, 경찰에게 붙잡히며, 어렵게 살아왔어...니가 흑인이든, 백인이든, 동양계든, 어렵게 자랄 수 있는거야. 모두 똑같은 거지..." 라고 말하는 에미엠의 메시지는 흑인보다 낳을게 없는 백인의 처지를 대변하며 스스로를 미국 사회에서 삼류임을 자처한다.

이런 삼류의식은 그를 보잘것없게 만든 가정에 대한 강한 부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데뷔작 앨범 'The Slim Shady LP'에서 어머니에 대해 온갖 욕설은 결국을 해대다 결국 고소까지 당했는가 하면 두 번째 앨범 'The Marshall Mathers LP'의 수록곡 'Kill You'에서는 보란 듯이 어머니를 엉망진창의 정신병자로 묘사하기도 했다.

이런 에미넴의 패륜아적인 돌출행동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의 인기 그룹 'DJ DOC'는 삼류 양아치 의식으로 대중의 구미를 자극한다. 지난해 3년만에 발표한 앨범 5번째 앨범 'The Life...DOC Blues'는 이런 DJ DOC의 거침없는 양아치 의식의 본질을 확인 할 수 있는 앨범이었다.

'Run To You'의 빅히트가 DJ DOC에게 3년만의 와신상담을 가능하게 했지만, 무엇보다 80만의 대중이 DJ DOC에게 보낸 갈채는 바로 '포조리', 'L.I.E'등의 곡을 통해 비웃었던 공권력, 언론, 검열제도에 관한 직선적인 공격 때문이었다.

특히 '인간 무시하는 말을 써내 그래 써라 씹어라 날려대라', '아직도 니네 일제시대인줄 아시나 착각하지마 그러다 다치리라'라고 말하는 그들의 공격적인 가사와 앨범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욕설들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대중의 대리만족을 가능하게 했다.

94년 '슈퍼맨의 비애'로부터 시작되는 DJ DOC의 삼류의식의 강도는 단지 'DOC와 함께 춤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라고 들려주었듯이 그저 골치 아픈 세상 속에서 춤과 음악을 통해 즐기자는 퇴폐적인 자극정도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스타 부재의 시대에 DJ DOC가 90년을 넘어 현재까지 사랑 받을 수 있는 것은 과장된 포장 없이 양아치적인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마치 에미넴이 자신의 구차한 가정사를 들추어내며 흑인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백인들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에미넴과 DJ D.O.C의 욕설이 썩인 음악이 청소년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생양아치' 삼류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적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아직 세상에는 꿈과 희망의 언어로 표현할 일만큼이나 저속한 언어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이 많아서이기 때문은 아닐까?

류형근 <동아닷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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