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당구장 한번 출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 98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당구는 금메달 10개가 걸렸던 종목.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도 당구는 물론 정식종목으로 올라있다.
전국적으로 3만여개의 당구장이 있고 동호인의 수가 1200만에 달하는 것을 보면 당구야말로 한국인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스포츠라고 할만 하다.
김석용씨(35)도 수많은 당구 동호인 중 한명. 그는 당구의 진수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국내 유일의 ‘당구 아카데미’ 문을 두드렸다.
그의 직업은 ‘위니 바퍼’라는 퓨전 레스토랑의 조리과장. 주로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그는 사람 사귀는데는 당구 만큼 좋은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왕지사 당구를 칠 바에는 정식으로 배워 실력을 갖추자는 목표 하에 직장 근처의 당구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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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현재 실력은 500점으로 ‘동네 500’과는 전혀 다르다. 전문강사의 지도하에 배운 것이어서 정교함이나 타법 그리고 모아치기의 차원이 확실한 차이가 나는 것.
김씨는 “주로 밤에 서서 일하기 때문에 피곤한 경우가 많지만 당구를 배우고 나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느낌이 들고 친구들과 만나서도 당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 보다 좋은 친교 방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86년 제대할 때 150점 수준이었던 그는 당구 아카데미에 등록해 3개월만에 고수급인 500점으로 발돋움했다. 그의 특기는 상대가 의도적으로 어려운 볼로 수비했을 때 기묘한 타법으로 이를 풀어내는 것. 그래서 얻은 별명이 ‘산신령’.
김씨의 목표는 1000점 이상으로 실력을 올려 아마추어 선수로 활약하는 것. 1000점 이상이 되야 선수 등록이 가능하고 네 개의 볼을 치는 ‘사구’에서 아시아경기대회의 정식 종목인 ‘스리 쿠션’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
강원도 인제가 고향인 김씨는 “고향 친구들과 만나서는 평소 300점만 놓고 쳐 ‘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500점으로 오른 줄 알면 큰일 났다”며 활짝 웃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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