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 15초마다 1명 꼴로 매를 맞는 등 폭행당하는 여성은 93∼98년 21%에서 지난해 31%로 크게 증가했다. 성폭행을 당한 여성도 88년 30만명에서 지난해 70만명으로 늘어났으며 매일 4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로부터 목숨을 잃고 있다.
일본은 선진국 여성 중 가장 심하게 59%나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국도 38%가 남편이나 가족에게 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상황은 더욱 나쁘다. 인도에서는 결혼한 여성 중 40% 이상이 두들겨 맞거나 일상적인 성폭행에 시달리고 있다. 이집트와 방글라데시에서는 남편과 가족에게 일상적으로 맞아 여성의 절반 정도가 크고작은 부상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에는 구타나 성폭행뿐만 아니라 음식공급의 중단, 의료 및 교육 혜택의 중지, 강제노동, 매춘 강요 등 다양한 형태의 폭력까지 자행되고 있다. 사면위는 “이런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남성과 동등해지려는 여성의 권리를 부정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현상이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사면위가 꼽은 심각한 가정 내 폭력형태 중 하나는 인도와 파키스탄 요르단 터키 등 힌두교 및 이슬람교를 믿는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명예범죄’. 결혼 첫날 신랑이 시집식구 앞에서 신부의 처녀성을 검사해 혼전 순결을 의심받은 여성을 신부 또는 신랑측 가족이 무참히 살해하곤 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인도에서만 5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면위는 “명예범죄가 단순히 원시적인 처녀성 검사가 아니라 관습이라는 미명 하에 저질러지고 있는 가장 추악한 형태의 범죄행위”라고 비난했다.
▽대책〓1995년 열린 ‘베이징 선언’ 이후 국제사면위와 국제아동기구 등 단체들은 대여성 폭력을 뿌리뽑기 위한 대책 마련을 각국에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그 골자는 여성에 대한 구타와 성폭행, 고문 등 다양한 폭력행위를 반드시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와 이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국제기구를 발족시키라는 것.
그러나 아직도 188개 유엔회원국 중 미국 멕시코 등 27개 국가에서만 남편이 아내의 동의 없이 강제로 성행위를 할 경우 이를 성폭행으로 간주할 만큼 미흡한 실정이다.
사면위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 이상 여성 개인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로 인식할때 비로소 지구상에서 여성폭력이 근절될 수 있다”며 각국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 종교단체가 여성폭력방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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