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에 적극 나섬으로써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일부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로 선출할 수 있는 근거로 99년에 도입된 제도.
예를 들어 전체 주식의 70%는 지배주주인 갑이, 나머지 30%는 을이 갖고 있는 A기업이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뽑는다고 하자. 지금까지의 단순투표제 하에서는 이사 후보를 한 명씩 내세워 세 번의 찬반투표를 실시함으로써 지배주주인 갑이 원하는 세 명의 후보가 이사로 선임되게 된다.
집중투표제 하에서는 3명의 이사가 동시에 단 한번의 투표로 선출된다. 갑은 70%에 해당하는 표를 자신이 원하는 세 후보에게 골고루 나눠 투표해야 하나 을은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표를 몰아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에게도 사실상의 이사 선출권을 부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논란 끝에 99년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으나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정관에 둘 수 있다’는 식으로 타협이 됐다.
이에 따라 대다수 민간기업들과 공기업들은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는 조항을 정관에 마련해 놓았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상장법인의 78%가량이 배제조항을 두고 있다. 공기업중에서는 가스공사만이 유일하게 배제조항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담배인삼공사가 배제조항을 정관에서 삭제하기로 한 것.
담배인삼공사를 비롯한 나머지 22%의 상장법인은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할 수 있는 지분율을 3%에서 1%로 낮추도록 증권거래법을 개정했다. 이 개정안은 이달 중순에 공포될 예정이다.
담배인삼공사가 적극적인 소액주주권 보장에 나선 배경에 대해 이영태(李泳泰)담배인삼공사 경영전략국장은 “올해중 정부 직간접 지분 53% 매각을 계기로 모범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배제조항 삭제 이외에도 이사 수를 현재 7 대 8인 상임 대 비상임 수를 상임을 6명 이하로 줄이고 비상임을 6명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주총에서 비상임이사 수를 9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증권거래법에 규정된 소위원회는 물론 운영위원회, 경영평가보상위원회 등의 전문소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 이밖에 외국인 총소유한도를 현재의 25%에서 35%로 늘리고 상위 주주 15인 이내로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소유 경영 분리 체계에서 주주의 이익을 대변토록 할 방침이다.
▼경제5단체 "소액주주운동 경영방해"▼
한편 재계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액 주주운동이 기업의욕을 위축시키고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들어 자제를 촉구하기로 했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들은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소액주주운동의 문제점을 논의한 뒤 이 운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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