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담배인삼공사 집중투표제 배제조항 삭제 의미

  • 입력 2001년 3월 6일 18시 54분


담배인삼공사가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둔 공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 조항을 정관에서 삭제하기로 결의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기업이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에 적극 나섬으로써 다른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집중투표제란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일부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줘 이사로 선출할 수 있는 근거로 99년에 도입된 제도.

예를 들어 전체 주식의 70%는 지배주주인 갑이, 나머지 30%는 을이 갖고 있는 A기업이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뽑는다고 하자. 지금까지의 단순투표제 하에서는 이사 후보를 한 명씩 내세워 세 번의 찬반투표를 실시함으로써 지배주주인 갑이 원하는 세 명의 후보가 이사로 선임되게 된다.

집중투표제 하에서는 3명의 이사가 동시에 단 한번의 투표로 선출된다. 갑은 70%에 해당하는 표를 자신이 원하는 세 후보에게 골고루 나눠 투표해야 하나 을은 한 사람에게 자신의 모든 표를 몰아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최대주주가 아닌 주주에게도 사실상의 이사 선출권을 부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논란 끝에 99년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으나 집중투표제 배제조항을 정관에 둘 수 있다’는 식으로 타협이 됐다.

이에 따라 대다수 민간기업들과 공기업들은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는 조항을 정관에 마련해 놓았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상장법인의 78%가량이 배제조항을 두고 있다. 공기업중에서는 가스공사만이 유일하게 배제조항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번에 담배인삼공사가 배제조항을 정관에서 삭제하기로 한 것.

담배인삼공사를 비롯한 나머지 22%의 상장법인은 소액주주들이 요구하면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할 수 있는 지분율을 3%에서 1%로 낮추도록 증권거래법을 개정했다. 이 개정안은 이달 중순에 공포될 예정이다.

담배인삼공사가 적극적인 소액주주권 보장에 나선 배경에 대해 이영태(李泳泰)담배인삼공사 경영전략국장은 “올해중 정부 직간접 지분 53% 매각을 계기로 모범적인 지배구조 및 경영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집중투표제 배제조항 삭제 이외에도 이사 수를 현재 7 대 8인 상임 대 비상임 수를 상임을 6명 이하로 줄이고 비상임을 6명 이상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번 주총에서 비상임이사 수를 9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한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증권거래법에 규정된 소위원회는 물론 운영위원회, 경영평가보상위원회 등의 전문소위원회를 상설화하는 방안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 이밖에 외국인 총소유한도를 현재의 25%에서 35%로 늘리고 상위 주주 15인 이내로 주주협의회를 구성해 소유 경영 분리 체계에서 주주의 이익을 대변토록 할 방침이다.

▼경제5단체 "소액주주운동 경영방해"▼

한편 재계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소액 주주운동이 기업의욕을 위축시키고 정상적인 경영을 방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들어 자제를 촉구하기로 했다.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 부회장들은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조찬 모임을 갖고 소액주주운동의 문제점을 논의한 뒤 이 운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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