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한빛은행중심 금융지주사에 최고경영자(CEO)로 내정된 윤병철(尹炳哲) 하나은행 회장이 6일 토로한 비장한 한마디다.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지주사 경영진의 성과에 미달하면 즉각 교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윤 회장은 “정부와의 관계에서는 철저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통합 후 인원정리 문제와 관련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면서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모두 죽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은행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이지만 단호하게 표현한 것.
윤 회장은 37년 경남 거제 출생으로 60년 농업은행에 입사해 금융계에 첫발을 디딘 이후 63년부터 10년간 전경련 조사과장으로 외도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금융계에 몸담아 왔다. 특히 한국개발금융 장기신용은행 한국투자금융 하나은행 등 새로운 금융기관 설립 때마다 그의 손길이 닿았다. 어쩌면 이번 지주사 CEO 내정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 출범하는 금융지주사가 금융산업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가 궁금했다.
“우리 경제가 정상화되려면 한빛은행 등이 갖고있는 기업금융기능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금융지주회사는 이 일을 할 것이며 이는 우리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윤 회장은 “3개월 내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금융계의 맏형다운 자신감을 드러냈다.
은행 대형화에 대해서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견해를 드러냈다.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정보기술(IT) 투자가 늘고 경제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대형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역특성을 살리고 특수한 분야의 틈새시장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노리는 곳도 있어야 한다고 봐요.”
그는 금융지주사가 성공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꼽았다. 사람이 사는 세상에 조직이 다르면 문화가 다를 수밖에 없고 이를 어떻게 슬기롭게 해결하느냐를 관건으로 꼽았다. 이를 위해 지주사 출범 직후 교육통합프로그램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금융계 후배들의 처진 어깨다.
“이번에 지주회사에 편입되는 한빛은행 등 자회사에는 많은 인재들이 있어요. 금융계 후배들의 위축된 잠재력과 자긍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민에게 진 빚을 깨끗이 돌려주고 싶은 게 CEO를 수락하게 된 솔직한 심정입니다.”
5일 단행된 자회사 CEO선임과 관련해 참신하고 국제감각이 떨어진다거나 장기신용은행 시절 같이 데리고 있던 후배들을 기용했다는 비판에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참신하다는 것은 말로는 쉽지만 경영은 현실입니다. 금융기관을 제대로 장악하고 효율화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또 팀워크가 좋은 멤버를 뽑았습니다.”<대담〓허승호 금융부 차장대우>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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